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브랜드를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미국 소방관들을
광고모델로 썼던, 오랜 시간 이상적인 티셔츠를 만들고 있는 명성 자자한 브랜드를
말이다. 티셔츠의 이름은 비피(Beefy)로 ‘우람한’, ‘뚱뚱한’이란 뜻. 몸 좋은 이들이
입는 티셔츠란 의미가 적합할 듯싶지만, 이 티셔츠를 입으면, 왠지 몸이 더 좋아
보이는 착각 또는 착시를 선사해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 브랜드의 무지
티셔츠를 알고부터 그 특징과 실루엣이 유사한 티셔츠들을 찾아내 해외에 가면 꼭
구입하곤 했다. 도톰한 무지 티셔츠를 선호한다. 내가 찾아낸 그들의 티셔츠는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졌고, 그런 이유로 선택하는 데 고민은 필요치 않았다.
티셔츠는 예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누구나 마음만 굳게 먹으면 자신의
브랜드를 완성하고 티셔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모든
브랜드를 섭렵하겠다는 마음으로 두루 살펴도, 항상 처음 듣는 생경한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내 관심과 열정에 비해 새로운 브랜드들이 탄생하는 주기가 짧아졌고,
차고 넘치기 때문일 거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경험해볼 순 없다. 그래서 난 낯선 브랜드에 도전하기보단, 과거 이미 좋은
경험을 공유했던 브랜드에 더 집착하게 된다. 유니클로 티셔츠에 좋은 기억이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비해 만듦새가 좋고, 세심한 실루엣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쉽게
무너지거나 낡지도 않는다. 더구나 내 큰 몸을 옥죄지 않는 3XL까지 사이즈가
존재한다(그렇다고 내가 3XL를 입는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어쨌든 난
더운 날에 티셔츠 하나만, 한기가 느껴지면 이너로 유니클로의 티셔츠를 루틴처럼
간택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