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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법에 걸린
세상을 만들고 싶다
<황금 연꽃>,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올 여름 동안 덕수궁 정원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할 유리구슬의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은 말한다.
아름다운 마법에 걸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아름다움’에 진심인 현대미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 <<정원과 정원>>이 지난 6월 16일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 정원,
덕수궁 정원에서 개막했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유리구슬 조각’ 연작을 포함해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74점의 작품들은 반짝이는 빛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동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시적 은유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미술관 속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프랑스 동남부의 광산업 도시인 생테티엔에서 오묘한 빛이 감도는 광물들을 보고 자란
그에게 아름다움이란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이고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가치와 매력이 더 커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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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전경, 야외조각공원 © CJY ART STUDIO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전경, 덕수궁 © CJY ART STUDIO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
예술과 작가는 퍼블릭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한다.”
장-미셸 오토니엘
Jean-Michel Otho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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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2021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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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ichel
Othoniel:
Treasure Gardens
2022.06.16 - 08.07
장 미 셸
오 토 니 엘 :
정원과 정원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맞아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 입구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유리구슬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설치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는 지하철 이용자들이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베르사유 궁전에 영구 설치된, 세 개의 황금빛 분수로 이뤄진 <아름다운 춤>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온실식물원에 설치됐던 <바람의 장미> 역시 “아름다운 마법에 걸린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원과 정원>>은 총 3개의 정원을 따라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덕과 장수의 바람을 담고 있는 덕수궁 정원. 장-미셸 오토니엘은 정원 연못에 고행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황금 연꽃>을 설치했고, 연못 가운데 자리한 조그만 섬의 나뭇가지에는 꿈의 실현을 기원하는 <황금목걸이> 3점을 걸었다. 진흙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황금 연꽃>은 순결함과 동시에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며, 섬에 설치된 <황금 목걸이>는 보물섬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황금목걸이>에 가닿은 눈길은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나무에 설치된 또 다른 <황금 목걸이> 7점으로 이어진다. 소원을 적은 리본을 묶어 둔 나무인 ‘위시 트리(Wish Tree)’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무와 작품들을 보며 올해 초에 빌었던 각자의 소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봐도 좋다.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전경, 덕수궁 © CJY ART STUDIO
<황금 연꽃>,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황금 목걸이>, 2021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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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의 장미>,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작가를 대표하는 유리구슬 조각 작품들의 환대를 받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루브르의 장미>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2019년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개장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루브르의 장미>는 백 금박을 입힌 캔버스에 검정 잉크로 흩날리는 듯한 장미 잎을 그려 놓은 것으로 화려하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미셸 오토니엘이 이번 전시를 위해 덕수궁 내 건축물에 사용된 자두꽃(오얏꽃)에 착안해 제작한 <자두꽃>이 걸려 있다. <자두꽃>은 <루브르의 장미>와 달리 붉은색과 황금빛 노란색을 활용해 더 화려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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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전경, 전시실 © CJY ART STUDIO
<푸른 강>(부분), 2022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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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I 매듭>,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거기에 그 이상의 것을 담을 때 더욱 특별해 진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실 중앙 바닥을 가득 메운 <푸른강>과 그 위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RSI 매듭>이다. 청색 인도 유리 벽돌로 이뤄진 <푸른강>은 푸른빛을 띠는 강과 은하를 하나로 합쳐 놓은 듯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며, 유리구슬 매듭 연작인 <RSI 매듭>은 밤에만 빛을 발하는 플랑크톤 같기도 하고, 우주에 고리를 이룬 은하수 같기도 하다. 그 외에도 2,750개의 스테인리스스틸 벽돌을 이글루스 모양으로 쌓아 올린 <아고라>, 영원히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시키며,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시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오라클> 등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거기에 그 이상의 것을 담을 때 더욱 특별해진다.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은 아름다움에 시와 영원, 그리고 희망이 담겨 있다.
8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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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아고라>,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