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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12 - 2023.1.29
DANIEL BUREN
DAEGU ART MUSEUM GALLERY 1 · UMI HALL
세계적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의
국내 미술관 최초 개인전
1960년대 초부터 급진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이 대구를 찾았다.
이번 전시의 주요작을 함께 살펴보자.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저는 아틀리에가 없습니다.
길거리, 미술관, 공원 모든 곳이 저의 작업실이지요.”
다니엘 뷔렌
Daniel B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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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ouvenir Daniel Buren Unite d’habitation Cite Radieuse
MAMO Audi talents awards Marseille 2014. Photo © Sebastien Veron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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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놀이처럼>, 2014,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대표적인 인-시튜 작업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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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은 아이들의 그림이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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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시작점인 어미홀은 형형색색의 모듈과 빈 곳이 미로처럼 이어진 인공 정원으로 변신했다.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아 40m 길이의 드넓은 공간에 사면체, 정육면체, 아치 형태 등의 104점이 최대 6m 높이까지 쌓아 올려진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년)은 유쾌한 시각적 자극을 선사하며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건축’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작업하는 뷔렌은 이번 개인전을 위해 일주일간 대구에 머물면서 “구조적으로 자유도와 유연성이 높은” 대구 미술관의 건축적 조건을 작업에 녹여냈다.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처음 공개한 이래 이번이 5번째이지만 대구미술관에서처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형태는 처음입니다.
2층과 3층에서 내려다보며 새로운 각도로 이 작품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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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놀이처럼>, 2014,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라는 제목은 물론 다채로운 컬러와 줄무늬가 결합한 작품에서는 창작의 노고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2014년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이며 뷔렌은 말했다. “파토스(pathos)가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예로 마티스의 색종이 작품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보일 수 있어요. 분명 어린아이가 아닌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임에도 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작품에서는 어떠한 수고로움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기쁨에 가까워요.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은 아이들의 그림이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마티스가 동심의 눈을 되찾는다는 것은 동시에 가장 고도의 복합성을 되찾는다는 의미와 같아요. 맑고 즐거운 그 복합성이 바로 가장 어린아이다운 것일 겁니다. 계산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활력이 없다는 느낌도, 잘난 체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죠. 이는 대다수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선천적인 복합성입니다. 재능도, 천진무구함도, 순수함도 아닌 ‘형’과 ‘색’에 대한 감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고도의 놀이처럼’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위치작업’ 시리즈,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뷔렌 작품 세계의 또 다른 축인
‘위치 작업’ 시리즈
어미홀에 설치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을 가리켜 다니엘 뷔렌은 ‘인-시튜(In-Situ)’라고 표현한다. 보통 특정 공간에 맞춰 설치한 작업을 ‘장소 특정적(Site-Specific)’이라고 표현하는데 뷔렌은 ‘제자리에 혹은 본래의 장소’라는 뜻으로 20세기 초 고고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던 라틴어 ‘인-시튜’를 가져와 수십년째 자신만의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장소 특정적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제가 말하는 인시튜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지고, 현장에서 관람·전시되어야 하며 전시가 끝나면 해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시튜 작업은 어떤 공간에 고정되어야 하지만 뷔렌 작품 세계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위치 작업’은 이동하거나 재배치가 가능하다. 어미홀에서 이어지는 1전시실에는 2015년 이후 제작한 뷔렌의 위치 작업이 설치되어 있다. “저는 큐레이터가 제 작품을 배치하는 것에 비판적이에요. 제가 상정한 작품의 의도와 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 작품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정해 놓고 이에 따라서 전시하는 것을 ‘위치 작업(situated work, travail situle)’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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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Seoul 313>, situated work, haut-relief N°1_2019, 231x99x39.15cm, <The blue parallelepiped doubled>, situated work, haut-relief Seoul No. 13_2015, 255x255cm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거울 혹은 플렉시 글라스 등 사물을 비추거나 확대, 파편화하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뷔렌에게 있어 거울은 관람자와 공간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되,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제3의 눈’으로 기능한다. “제 작업의 90% 이상이 인-시튜 작업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설치해 왔는데 간혹 그 공간에 원래 있던 오브제나 가구, 소품 같은 것들도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이때 창문을 통과하는 빛,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 등도 그대로 작품의 전 과정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거울이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주어 즐겨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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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The grid with 49 squares>, situated work, Seoul No. 9_2015, 217.5x217.5cm, <2 Black emerging triangular boxes>, situated work, haut-relief Seoul No. 22_2015, 200x200cm
6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장편 필름 작품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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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나 작업하는 일이 가장 즐겁기 때문에
저에게 일하는 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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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최초는 또 있다. 1968년 스위스 베른에서 뷔렌의 독백으로 시작해 6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형 장편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2017)이다. 비교적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편집한 이 작품은 뷔렌의 주요 행적과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그가 얼마나 전위적인 작업을 해왔는지 소개하는 자서전과도 같다.

50년이 넘게 작품 활동해오면서 언제나 랜덤한 공간에서 도전적인 작업을 해온 84세의 작가는 “은퇴할 나이가 되었지만, 오히려 20살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가능한 한 계속 작업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일, 작업이라는 단어가 힘들고 수고스러운 느낌을 자아내지만 저는 언제나 작업하는 일이 가장 즐겁기 때문에 저에게 일하는 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 일상에선 두 가지가 구분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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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 2017,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전시 장소 I 대구미술관
전시 일정 I 2022년 7월 12일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