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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
오는 봄 삼청동에 위치한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는 세계 각국의 작가 40인이 캔버스에 피워낸
꽃으로 만발한 그룹전 <FLOWER>가 열립니다. 핑크색 금낭화와 보라색 초롱꽃, 빨강, 노랑, 연보라의 꽃들…
사랑스러운 생김새와 다채로운 컬러를 담고 있는 꽃을 통해 작가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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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소재로 한 그룹전 <FLOWER>를 열게 된 이유를 초이앤초이 갤러리의 최선희, 최진희 공동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꽃이라는 주제는 어쩌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화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꽃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적이 있잖아요? 게다가 생일, 결혼식, 병상, 장례식 등 꽃은 우리 삶의 기쁘고 슬픈 순간에 언제나
함께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꽃을 향해 저희 갤러리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40인의 작가들이 오마주를 표하는 자리예요.”

미술사에서도 꽃은 유구한 세월을 함께해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연꽃, 중세 태피스트리, 보티첼리와 승려 장인이 그린 그림들 속 성스러운 꽃 무더기, 조지아 오키프 너울거리는
꽃잎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꽃 캐릭터까지, 얼마나 많은 꽃이 미술사를 수놓고 있는지요. 꽃은 창작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믿음직한 뮤즈로서 어린아이와 거장들의 손을 차별 없이
거치며 그려지고 인쇄되고 조각되었습니다. 다양한 상징성에 따라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등을 은유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꽃에 대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들의 아름다운 작품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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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타 카이저(Aneta Kajzer)의 <Flower Power>
2021, Oil on canvas, 80 x 60 cm
“락다운을 견뎌야 했던 우중충한 날씨의 겨울 동안 매주 스튜디오로 가져온
생생한 꽃들은 환희 와 편안함을 전해주었습니다. 특히 꽃이 지닌
형형색색의 컬러가 나의 작품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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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레히트 본 카우프만(Ruprecht von Kaufmann)의 <I Could Never be Alone>
2022, Ol auf Linoleum auf Holz, 30 x 30 cm
“우리 가족 중에는 예술에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하루는 삼촌이
제 스튜디오에 왔다가 작품을 둘러보더니 큰 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누가 ‘이딴’
그림을 사겠냐? 꽃! 이놈아, 너는 꽃을 그려야 돼.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좋아해!”
이번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삼촌의 조언과는 거리가 먼 작업만 해왔는데, 막상 꽃을
그리면서 무척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왠지 이 작업 역시 삼촌의
마음에 드는 꽃 그림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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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얀홀트(Catherine Anholt)의
<Cover Me With Flowers>
2021, Oil on linen, 30 x 26 cm
“꽃은 우리 삶의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조심스럽게 피어 잠시 절정에 머물다
결국 서서히 시들어가는 꽃은 한순간일 뿐인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아낌없이 즐기라는 서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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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메이슨(Corey Mason)의 <Green Fields Blue II>
2022, Pastel and Acrylic on Reversed Primed Canvas, 142 x 271,5 cm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지만 오래도록 우리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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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얀홀트(Tom Anholt)의 <Market Flower I>
2021, Oil on Linen, 40 x 30 cm
“저에게 꽃은 너무나 분명한 형태를 가진 대상이어서 오히려 추상적으로
느껴져요. 이번 전시는 회화의 힘과 지속성을 매우 잘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수천 년 동안 이어진 회화의 역사 속에 찬란하게 만개했던 꽃들,
이 꽃들은 여전히 유의미하고 지치지 않고 아름답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3점의 작품은 모두 같은 꽃다발을 같은 배경에서 그린 거예요. 한
점 한 점 거치며 꽃의 아이코닉한 존재감은 옅어지고 추상적인 형태와 구성,
색상과 표면이 그 위로 드러나는 걸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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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Ung-Pil Byen)의 <SOMEONE>
2022, Oil on canvas, 117 x 91 cm
“저에게 꽃은 그저 그림 안에 놓이는 조형적 대상이에요. 하지만 이 꽃을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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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그뢰징어(Philip Grozinger)의 <Still Life>
2022, Marble, Basalt (engraved), 42 x 37,5 x 3 cm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든, 샤를 보들레르의 책 <악의 꽃>이든, 꽃이라는 심벌과 그에
관련한 상징성은 항상 저를 매료시켰어요. 꽃은 삶의 양면성을 너무나도 잘 보여줘요. 햇빛, 봄,
삶의 쾌락 등을 나타내는 반면, 고요한 우울함과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잖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삶 속 ‘하루‘라는 시간을 그려볼 수 있어 너무나 좋았어요. 그 짧은 시간은 물론
‘일생‘이라는 광범위한 시간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