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in Toronto
꽤 오래전 기억이다. 토론토 어학연수 때였으니, 아득한 세기말의 추억이다. 캐나다의 늦가을은 시리다. 팀 홀튼 애플 사이다의 온기만으로 그 한기를 이겨낼 순 없었다. 여름에 그곳을 찾았으니, 내 여행 가방 속 옷들은 한없이 가벼웠다. 두꺼운 외투를 입기 전까지 너무 도톰하지도, 너무 얇지도 않은 이너와 아우터의 역할을 수행해줄 옷이 필요했다. 그렇게 토론토 어느 옷 가게에서 장만한 녹색 스웨트셔츠를 내 추억 속에 진하게 담게 됐다.
분명 스웨트셔츠를 접한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는 어릴 적 나와 마주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 옷들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옷은 필수불가결해서 추억이 드리우지 않을 의식주 중 하나지만, 아버지와 감을 따던 마당 있는 집의 추억, 그리고 어머니의 김치찌개와 다르지 않다. 특정 옷과 특별한 경험을 함께했다면,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토론토에서 스웨트셔츠와 함께했던 추억은 이랬다.
녹색 스웨트셔츠를 입고 공원을 뛰기도 했고, 오한에 떨며 일주일 동안 누워 있었던, 내 인생 최초로 독감으로 시름했던 날에도 스웨트셔츠는 함께했다. 그리고 뉴욕으로 넘어가는 기차 여행에서도 버펄로 체크 아우터 안쪽엔 스웨트셔츠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매년 때가 되면, 스웨트셔츠는 내 쇼핑 리스트에서 수집하듯 구입하는 아이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아아, 그때 그 녹색 스웨트셔츠는 과거의 청명한 녹색은 잃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옷장에 걸려 있다. 감기라도 걸리면, 갑옷처럼 꺼내 입곤 한다. 약 없이도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면, 과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