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잦았던 기자 시절, 레이온 블라우스는 가장 먼저 챙긴 아이템이었다.
나의 트렁크 속은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레이온 셔츠로 빼곡했다.
특히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며 2~3일에 한 번씩 짐을 싸고 풀어야 할 때,
구김이 덜한 레이온 블라우스의 유용함과 편리함은 더욱 빛을 발했다.
언젠가의 파리 컬렉션에서는 제대로 차려입고 참석해야 하는 패션쇼, 패션쇼
중간중간 잡힌 인터뷰, 그리고 꽤 포멀한 저녁 식사까지 이 레이온 블라우스
한 벌로 버틴 적도 있었다. 주얼리와 슈즈만 살짝 바꿔주면 전혀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유럽 출장은 늘 기온 차가 심했는데, 레이온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시한
레이어링이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더운 실내에선 레이온 소재 특유의 ‘차르르한’
시원함으로 무더위를 식혀주었고, 갑자기 추워질 땐 니트와 점퍼, 재킷 등과
다양하게 스타일링하기 좋았다. 실크처럼 조심스레 관리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없었다. 이렇듯 비교적 구김이 덜하고 세탁이 용이한 데다가 어느 옷들과도 무리
없이 매치되었으니, 레이온 블라우스는 나의 최고의 ‘출장 룩’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