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7년 후, 한 패션 매거진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첫 출근 날 입을 옷에 내 인생 전부가 달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하고 역동적으로 일하는 뉴욕의 패션지 기자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포멀한 재킷 대신 가죽 라이더 재킷을 골랐고, ‘어떤 하의를 입을 것인가’에 대해
며칠 밤을 고민했다. 아아, 라이더 재킷과 스트레이트 팬츠의 매치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펜슬 스커트는 어쩐지 라이더 재킷과 충돌하는 것 같았고, 그 당시 유행이었던
카고 팬츠는 첫 출근 룩으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다시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심플한 앵클 팬츠였다. 약간 짧고 경쾌한 길이
때문인지 프레시한 신입사원의 이미지에 잘 맞는 것 같았고, 플랫 슈즈를 비롯해 첼시
부츠, 스니커즈, 하이힐... 모든 슈즈에 무리 없이 어울렸다. 앵클 팬츠에 어울리지 않는
상의는 없는 것 같다. 마감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 나는 편안한 스트레치 앵클
팬츠에 스웨트셔츠를 입고 일하곤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