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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앵클 팬츠 한 벌
스타일링은 한 그릇의 음식에 비유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의 기본이
신선하고 담백한 재료인 것처럼, 멋진 스타일의 기본 재료 역시 심플한
클래식 아이템이다. 앵클 팬츠는 당신의 ‘스타일’을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재료다.

글 / 오선희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발행인)
졸업식과 첫 출근
“졸업식 때 뭐 입을 거야?” 아마 수능시험이 끝난 후 가장 많이 듣고, 한 질문일
것이다. 모두들 나라를 구하기라도 할 것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졸업식 의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아낌없이 조언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졸업식 의상은 교복 속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취향과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아웃핏이었다.
지긋지긋한 교복을 벗고 비로소 어른처럼 보일 수 있는, 절체절명의 날!

나는 졸업식에 입을 옷을 찾기 위해 지구 한 바퀴라도 돌 기세로 쇼핑을 시작했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마음은 갈대와도 같았다. 하루는 미니스커트나 짧은 드레스로
마지막 10대의 귀여움을 발산하고 싶었고, 다음 날은 압구정동 오렌지족
언니들처럼 와이드 팬츠에 허리가 잘록한 쇼트 재킷을 입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기본 재킷에 발목이 약간
드러나는 앵클 팬츠였다. 그것들이 나의 장점(큰 키와 상대적으로 가는 발목)은
살려주고, 단점(H라인과 큰 힙)을 교묘하게 가려준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란하게 멋 부릴 것이 분명한 친구들 사이에서, 이 클래식한
아이템이야말로 ‘멋에 통달한’ 커리어우먼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많은 복잡한 욕망이 결국 클래식한 재킷과 앵클 팬츠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나는 앵클 팬츠에 납작한 페니 슈즈를 신고 여고 시절을 마무리했다.
이것이 앵클 팬츠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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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7년 후, 한 패션 매거진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첫 출근 날 입을 옷에 내 인생 전부가 달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하고 역동적으로 일하는 뉴욕의 패션지 기자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포멀한 재킷 대신 가죽 라이더 재킷을 골랐고, ‘어떤 하의를 입을 것인가’에 대해
며칠 밤을 고민했다. 아아, 라이더 재킷과 스트레이트 팬츠의 매치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펜슬 스커트는 어쩐지 라이더 재킷과 충돌하는 것 같았고, 그 당시 유행이었던
카고 팬츠는 첫 출근 룩으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다시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심플한 앵클 팬츠였다. 약간 짧고 경쾌한 길이
때문인지 프레시한 신입사원의 이미지에 잘 맞는 것 같았고, 플랫 슈즈를 비롯해 첼시
부츠, 스니커즈, 하이힐... 모든 슈즈에 무리 없이 어울렸다. 앵클 팬츠에 어울리지 않는
상의는 없는 것 같다. 마감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 나는 편안한 스트레치 앵클
팬츠에 스웨트셔츠를 입고 일하곤 했으니까.
앵클 팬츠의 역사
앵클 팬츠는 1950년대 이탈리아 카프리 섬에서 입던
‘카프리 팬츠’에서 유래한다. 이 팬츠는 디자이너 소냐 드
레나르(Sonja de Lennart)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고,
영국 쿠튀리에 버니 로저(Bunny Roger)를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입기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카프리 팬츠는 알려진
바와 같이 발목 길이가 짧고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타이트
해지는 캐주얼한 디자인의 팬츠를 말한다. 이 실루엣에
보다 포멀한 느낌이 더해져 ‘앵클 팬츠’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어번 수트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앵클 팬츠는 오피스 라이프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전천후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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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 드 레나르 (Sonja de Lennart)
Photo courtesy of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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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카프리 섬 (Cap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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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ienne Loves
Ankle Pants
파리지엔의 앵클 팬츠 사랑은 유명하다. 그들은 헐렁하고 터프한 팬츠보다는 간결하고
슬림한 디자인의 팬츠를 선호하는데, 앵클 팬츠야말로 그런 파리지엔 스타일에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 것.

앵클 팬츠는 파리지엔이 즐겨 신는 대표적인 두 가지 슈즈인 앵클 부츠와 발레리나
플랫 슈즈와도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앵클 팬츠
스타일링을 목격할 수 있다. 가죽 재킷, 포근한 니트, 마린 스트라이프 티셔츠, 피코트,
헐렁한 블루 셔츠 등 파리지엔 특유의 내추럴한 스타일엔 늘 앵클 팬츠가 함께한다.
Uniqlo
Ankle Pants
이번 시즌 유니클로의 앵클 팬츠는 ‘스포츠를 즐겨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축성이 좋고 편안하다. 상하좌우로 늘어나는 2WAY 스트레치, 센터
프레스 사양으로 관리도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레깅스를 입고 있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과거에 즐겨 입던 앵클 팬츠와 유니클로 앵클
팬츠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편안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어떤 상의를
걸쳐주느냐에 따라 포멀한 미팅부터 캐주얼한 디너까지 가능하다. 관리가
간편하니 여행 갈 때도 가장 먼저 트렁크에 넣는 아이템이 되었다.

유니클로의 앵클 팬츠는 ‘스마트한’이라는 형용사를 쓸 수 있는 옷이다.
스타일도, 편안함도 모두 이 한 장의 팬츠로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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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WAY 스트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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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프레스 사양
* 신축성 시험방법 : JIS L 1096의 8.16.1 B법 (신장률), JIS L 1096의 8.16.2 B-1법(신장회복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