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성향이 짙게 드리운 옥스퍼드 셔츠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있어 주요 아이템 중 하나다. 특유의 도톰한 소재는 아우터 아래에서뿐 아니라 그 자체가
아우터가 되기도 하는, 입는 이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는 변화무쌍함을 자랑한다.
데님이나 카고 팬츠와 같은 아이템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도 하면서도, 슬랙스와
같이 정중함을 담고 있는 팬츠와도 조금의 부족함 없는 짝을 완성해 내기도 한다.
셔츠는 속옷이다. 그 시작점이 그랬다. 속옷을 입을 때 그 안에 또 다른 속옷을 입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서 셔츠를 입을 땐, 속옷을 입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난 그들의 주장이 정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드레스셔츠를 입었을 땐, 더욱더
명심해야 한다. 속이 비치는 얇은 드레스셔츠를 선택한 후, 마치 시스루처럼 속이
보인다고 속옷을 입는다면, 드레스셔츠의 정중함은 삭제된다. 하지만 옥스포드 셔츠는
다르다. 특유의 캐주얼 감성이 있기에 옥스포드 셔츠를 아우터의 개념으로 활용할
경우, 옥스포드 셔츠 안에 면 티셔츠를 함께 스타일링 해도 무방하다.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턱시도와 같은 극단적으로 정중한
수트가 아니라면, 과거와 달리 수트와 버튼 다운 옥스포드 셔츠를 입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이들은 없을 듯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옥스포드 셔츠는 그 소재의
특징이 도톰하다. 흰색 셔츠 하나만 입어도 부끄럽거나 거리낄 게 없다. 옥스포드
소재의 셔츠를 입는다면, 비치는 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 무리수를 범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