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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Shirts
옥스포드 셔츠는 변화무쌍하다.
옥스포드 셔츠는 포멀한 드레스 셔츠가 아니다. 캐주얼웨어에 더 가깝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중함을 표해야 하는 자리에서
옥스포드 셔츠는 무리 없이 TPO에 걸맞은 어울림을 완성해낸다. 태생적 배경은 캐주얼웨어 였지만, 옷 입는 방식이 차츰차츰 변화하면서
지금의 위치를 점하게 됐다. 옥스포드 셔츠는 활용도 높은 필수불가결한 아이템으로 남자들의 옷장을 존재감 넘치게 점령하고 있다.

글/ 성범수 (매거진<인디드>편집장)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타이는 매지 않았고, 묵직한 질감의 울 수트와 몽크스트랩 구두를
조합해 입었다. 이런 글에서 슬픈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이 있었다. 꽤 오래 못보고 지냈지만, 연락이 왔고,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안타깝게도 블랙 수트가 맞지 않아 급하게 옷장을 살폈다. 올이 조밀한 블랙 풀오버
니트와 블랙 슬랙스가 눈에 들어왔다. 블랙 수트를 입을 수 없다는 게 죄송스러웠지만, 위
조합에 두툼한 블랙 카디건을 입고, 블랙 플레인토 구두를 신으면 예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거 같았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시간차를 두고 내게 찾아왔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표해야 하는 그런 날들이 종종 찾아온다. 몸짓과 표정 그리고 말투가 결정적이긴
하겠지만, 어떤 옷을 입느냐도 중요하다. 난 이런 경우, 어떤 착장을 선택할지라도 때 묻지
않은 화이트 옥스포드 셔츠를 택해 입는다. 화이트 옥스포드 셔츠는 내게 예의를 표하는
기본 아이템이자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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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다운 칼라 타입
옥스포드 셔츠, 폴로 경기로부터
사실 옥스포드 셔츠는 극단의 정중함을 상징하는 아이템은 아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옥스포드 셔츠는 캐주얼 셔츠의 대명사다.
더구나 버튼 다운 칼라 셔츠는 부정할 수 없는 태생적 배경까지 가지고 있다. 과거, 폴로 경기를 할 때 입었던 셔츠는 우리가
여름날 교복처럼 입고 있는 현재의 폴로 셔츠의 모습은 아니었다. 본래 폴로 셔츠는 강단 있는 코튼으로 완성된 빳빳하고 긴
형태의 셔츠였던 것. 말을 타고 격렬하게 폴로 시합에 몰입해야 할 때, 칼라가 바람에 날리거나 거친 움직임으로 인해 빈번하게
뒤집히곤 했다. 경기에 집중해야 했던 선수들에겐 방해 요소였다. 칼라를 과감하게 잘라버릴 수 없으니 결국 셔츠 칼라가
움직이지 않게 버튼을 달아 펄럭이지 않게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버튼 다운 칼라 셔츠가 탄생하게 됐으니, 그 태생적 이유로
캐주얼의 이미지가 짙게 드리울 수밖에 없었다.
캐주얼 성향이 짙게 드리운 옥스퍼드 셔츠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있어 주요 아이템 중 하나다. 특유의 도톰한 소재는 아우터 아래에서뿐 아니라 그 자체가
아우터가 되기도 하는, 입는 이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는 변화무쌍함을 자랑한다.
데님이나 카고 팬츠와 같은 아이템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도 하면서도, 슬랙스와
같이 정중함을 담고 있는 팬츠와도 조금의 부족함 없는 짝을 완성해 내기도 한다.

셔츠는 속옷이다. 그 시작점이 그랬다. 속옷을 입을 때 그 안에 또 다른 속옷을 입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서 셔츠를 입을 땐, 속옷을 입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난 그들의 주장이 정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드레스셔츠를 입었을 땐, 더욱더
명심해야 한다. 속이 비치는 얇은 드레스셔츠를 선택한 후, 마치 시스루처럼 속이
보인다고 속옷을 입는다면, 드레스셔츠의 정중함은 삭제된다. 하지만 옥스포드 셔츠는
다르다. 특유의 캐주얼 감성이 있기에 옥스포드 셔츠를 아우터의 개념으로 활용할
경우, 옥스포드 셔츠 안에 면 티셔츠를 함께 스타일링 해도 무방하다.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턱시도와 같은 극단적으로 정중한
수트가 아니라면, 과거와 달리 수트와 버튼 다운 옥스포드 셔츠를 입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이들은 없을 듯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옥스포드 셔츠는 그 소재의
특징이 도톰하다. 흰색 셔츠 하나만 입어도 부끄럽거나 거리낄 게 없다. 옥스포드
소재의 셔츠를 입는다면, 비치는 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 무리수를 범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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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의 옥스포드 셔츠는 특별하지 않다. 칼라, 단추, 밑단 등에서 세심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옥스포드 셔츠가 가진 기본에 지극히 충실하게 완성했을 뿐이다.
다만 이번 시즌엔 기존의 옥스포드 셔츠보다 약간 짧은 길이로 완성돼, 바지 안에 넣어
입어도, 바지 밖으로 빼 입어도 무방할 수 있게 배려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옥스포드 셔츠엔 한계가 없다. 그래서 그냥 사서 옷장에 걸어두면, 분명 자주 입게 된다.
조만간 옥스포드 셔츠를 즐겨 입을 수 있는 계절과 마주하게 될 거다. 그리 길지 않은 그
계절을 즐기시길 바란다.
유니클로에서도 버튼 다운 옥스포드 셔츠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셔츠는 티셔츠와 달리 변색이 되면, 입기 어려워진다. 특히 화이트 셔츠의 경우 목
부분에 때가 타거나 전체적으로 누렇게 변색이 되는 게 다반사다. 과거엔 가격대가 좀
있는 셔츠들을 즐겨 사곤 했다. 아직 옷장에 걸려 있긴 하지만, 입지 않는다. 세제에
오래 담가두고, 변색된 셔츠를 되살려보려고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셔츠는
필수적이기에 사지 않을 수 없다. 활용도는 높은데 장시간 곁에 두고 즐겨 입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 과감한 투자보단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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