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서재에서 혹은 침대에 누워 펼치면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줄 책 7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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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예술과 풍경
<예술과 풍경>은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의 공저자이자 미술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지난 25년 동안 유명 미술작품들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한 과정을 담은 예술기행문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런던 코톨드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마틴 게이퍼드는 인도 타밀나두, 아이슬란드 스티키스홀뮈르, 일본 나오시마, 이탈리아 마르케 등 아름다운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에게 미술, 그리고 예술은 그것이 위치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과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은 일본 나오시마의 바다와 루마니아 트르구지우의 언덕에서 그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고, 이 책은 그 멋진 곳들로 독자를 데려간다.
01.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존 화가’라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주고받은 편지와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이전에도 이들은 <그림의 역사>와 같은 책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다른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들이 아니라 영국 이스트 요크셔와 미국 L.A, 프랑스 노르망디 전원 지역, 말리부 등을 배경으로 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중심 소재로 다룬다. 각 지역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펼쳐낸 데이비드 호크니의 화사한 그림은 봄 햇살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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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각 계절마다 꽃과 열매를 맺는 식물이 따로 있다. 이를 그때그때 놓치고 않고 직접 보고 느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드닝을 배우면 일 년 내내 집 안을 꽃과 나무가 자라는 봄의 정원으로 꾸밀 수 있다. 영국에서 가든 디자인을 공부한 후 가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저자는 “아는 만큼 쉬워지고, 쉬워진 만큼 가까워지는” 실전 가드닝 방법을 직접 그린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삽화를 곁들여 소개한다. 나만의 열두 달 정원 달력 만들기부터 시작해 매달 필요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식물이 커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설레고 벅찬 날들을 누릴 수 있다. 가드닝은 집 안에서 사계절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방법 중 하나이다.
04.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낭만주의 시인이자 자연 예찬 시로 유명한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대표작을 묶은 시선집이다. 워즈워스는 우리가 어떤 눈으로 호수와 강 같은 자연을 바라볼 때 행복해지는지를 가장 잘 아는 시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한 방법은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산과 강, 구름과 무지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들판의 수선화는 우리와 더불어 춤을 추고, 가을이 찾아온 골짜기는 바람의 구슬픈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그에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동심을 잃지 않은 사람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뻗고,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축복 속에서 웃고 있음을 매번 깨닫는다. 이 시집은 우리를 아름다운 자연 한가운데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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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전국축제자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로 유쾌한 글쓰기의 묘미를 보여준 작가 김혼비와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박태하가 열두 개의 지역 축제를 방문하고 쓴 여행기이다. 이 부부의 ‘이상한데 진심이고, 미심쩍은데 아름다운’ 지역 축제 방문기를 읽으면 방 안에서 양양의 연어를 낚아채고, 벌교 뻘에서 꼬막을 채집하고, 음성의 품바와 함께 에헤라 디야 춤을 추고, 알싸하고 쿰쿰한 영산포의 홍어 냄새 속에 파묻히게 된다.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지역 축제가 가진 묘미와 흥겨움을 발견할 수 있다.
06. 우연히, 웨스 앤더슨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만의 인장 같은 색감과 디자인을 매 작품마다 새겨 넣는다. 데칼코마니처럼 분할할 수 있는 구도와 동화 속에서 끄집어낸 듯한 풍경과 건물 그리고 파스텔 톤의 내부 장식을 떠올려보라. 월리 코발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에 나왔을 법한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고, 200여 곳 이상을 담은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귀엽고 아름다운 웨슨 앤더슨의 영화로 안내하는 초대장이자 팬데믹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코로나 시대의 가장 슬기로운 독서법’을 보장하는 여행 가이드이다. 더불어 이를 주제로 한 뉴욕 아티스트 집단 ‘우연히 웨스 앤더슨(Accidentally Wes Anderson)’의 전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가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6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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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새소녀
혹독한 겨울이 지나야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삶의 교훈이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새소리를 완벽하게 흉내 내 ‘새소녀’라고 불린 소녀 주툰바와 부족 내에 전설로 전해지던 ‘일 년 내내 태양이 비치는 해의 땅’을 탐험하고자 하는 소년 다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혹독한 시련이 보다 나은 삶,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한 통과의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두 사람이 안정과 안락함을 보장하는 가족과 부족을 떠나 꿈을 찾아가는 모험은 이 세상에 실패와 성공으로 재단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한다. 이들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