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TAN
PANTS
감탄 팬츠를 경험한 후, 핏과 편안함을 다 잡아낸 팬츠들이 시장에서 많이 보인다.
나뿐 아니라 팬츠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 부정할 수 없겠다.
팬츠가 불편해도 입곤 했다. 감춰야 하는 부분이 많은 몸이라 불편하더라도 핏이
좋다면, 감내하는 편이었다. 근데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시점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후로 팬츠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사울 레이터라는 사진작가의 전시에 다녀왔다. 취재를 위해서였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였기에 직접 보고 싶었다. 사울 레이터는 사진 역사의
다방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그중에서도 컬러 사진의 선구자란 칭호가
익숙하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주목받기 전에는 컬러 사진의 가치가 흑백 사진에
비해 인정받지 못했다. 특별한 존재와 사건은 기준이 되어 그전과 이후로 대변화를
일궈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일은 역사적인 사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크고 작은 부분에서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몇 년 전, 감탄 팬츠란 낯선 이름을 알게 됐다. 웃음이 살포시 머금어지는 광고를
접했지만, 입고 싶진 않았다. 팬츠가 착용감이 좋고, 가벼우며, 신축성이 대단하고,
건조력이 뛰어나기만 하면 대수인 건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할 때였다.
팬츠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가 켜켜이 쌓아온 노하우가 담겨 있어야 하고, 팬츠가
지녀야 하는 본연의 디테일들이 빠짐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팬츠는 꽤
만족스런 핏을 완성해냈다. 하지만 내 거대한 몸 때문이었을까? 편안함은 좀
부족했다. 그래도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참고 이겨내면 원하는 핏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