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지
마음에 안식을 주는 건축 산책
공원에 고요히 융화된 미술관, 곧 사라질지 모르는 모던 건축, 차분한 고양감을 만끽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
세월 속에 아름답게 낡은 박물관까지,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식을 주는 서울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컨텐츠 디렉터)
스페이스K 서울
이미지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구겐하임빌바오뮤지엄을 비롯해 미술관으로 기억되는 도시들이 있다. 미술관 건축은 건축가의 철학과 미감을 가장 잘 담아내며 그 도시의 문화적 면모를 대변하는 랜드마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마곡산업단지 내 한다리문화공원에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마곡에 대한 선입견을 화사하게 부숴준 뮤지엄이다.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고층 대신 저층, 직선 대신 곡선을 선택하여 효율성 중심의 사각 도시에 율동감 넘치는 공간감을 부여했다.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살피며 둥근 ‘호’의 언어를 도입하게 됐다고 하는데 차가운 느낌의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산업단지에서 아치를 그리는 길을 따라 들어가는 미술관의 비정형 공간은 자연의 생동감을 선사한다. 이는 건물 옥상정원을 야외 잔디공원 쪽으로 기울여놓은 사선 형태의 지붕 구조로도 이어지는데 야외에서 옥상정원으로 진입장벽 없이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술관 건물이 공원에 고요히 융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기둥 없는 전시실 공간과 공원 외부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곡면 유리창까지, 열리고 닫히는 리드미컬한 동선과 시선이 주는 새로운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신경섭, 스페이스K 서울 제공
이미지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이미지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리 1729-3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건축주는 3만 명이 넘고, 이를 짓기 위한 프로젝트는 30년이 넘었다. 병인년(1866년), 이곳에서 수많은 무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했다. 1989년에 부임한 이상각 신부는 1995년 월간 <플러스>에서 모집하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기행에 참여한 후 다수의 종교 건축물을 설계해 ‘영혼의 건축가’라 불리는 마리아 보타에게 대성당 설계를 의뢰했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지을 때도 과거 종료 건축물이 자아냈던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역원추형의 로툰다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이상각 신부의 청을 흔쾌히 수락한 마리오 보타는 성당의 디테일을 살리자는 합의 아래 안내판, 의자, 십자가 등 성당 내부의 모든 인테리어를 비롯한 성스러운 공간을 특유의 기하학적 건축물로 완성해냈다. 또한 직접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를 섭외해 완성한 십자고상과 성화는 현대적 관점의 표현이 이색적이다. 성당의 얼굴인 원통형의 거대한 두 타워는 미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기 흐름을 통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려 모든 존재를 마음에 품는 성모의 존재를 공간적으로 각인시킨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건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빛으로 충만하고, 소리가 좋으며, 관리비가 많이 안 드는 대성당을 지어달라”는 이상각 신부의 바람대로 국내외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빛과 소리’가 오라처럼 감도는 대중적인 순례지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될 미니멀리스트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아담한 티 채플(Tea Chapel)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진/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제공
이미지
밀레니엄 힐튼 서울
이미지서울 중구 소월로 50
남산과 서울스퀘어 사이에서 남산을 껴안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서 있는
밀레니엄 힐튼은 “20세기 한국 건축계에서 현대건축의 원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건축가”라는 평을 듣는 건축가 김종성의 작품이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20세기 대표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사무실에서 12년 동안 근무했던 김종성은 1970년대 중반
밀레니엄 힐튼 호텔 건축 의뢰를 받은 후, 호텔 인테리어는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존 그레이엄에게, 알루미늄 커튼월은 뉴욕
시그램빌딩 건축에 참여한 플라워 시티에 맡겼다. 당시 한국의 부족한
기술과 디자인을 업계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 맡긴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시간을 초월한 듯 여전히 빛나고 있다. 특히,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최종 서명 등 굵직한
현대사의 배경이 되기도 한 호텔 로비는 로마 건축물의 90% 이상을
구성하는 트래버틴과 알프스에서 채석한 녹색 대리석 베르데 아첼리오,
그리고 구조개를 감싸는 브론즈를 사용해 세월에 퇴색되지 않는 초월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며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그 마지막 걸음에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
사진/ 안동선,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이미지
국립기상박물관
이미지서울 종로구 송월길 52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 기상관측소는 원통형 옥탑 구조물, 곡면을
강조한 현관과 캐노피, 상층부 관측대의 요철장식 등 근대 모더니즘
건축 기법을 활용한 방식으로 세계기상기구(WMO)가 선정한 ‘100년
관측소’로 선정된 곳이다. 이 건물이 우리나라 최초 국립기상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강북삼성병원과 사직터널 사이의 공간에 위치한
국립기상박물관은 야트막한 언덕을 마당으로 삼은 중세시대의 아담한
성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인스타그램에 국립기상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건물 내부는 총 7개의
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 근대, 현대를 주제로 기상 관측의
역사를 돌아보는 상설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지진’과 같은 자연 현상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도 주기적으로 개최된다. 잘 아는 동네의 후미진
오르막길을 오르는 듯한 정감 있는 동선과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을 보는 오가닉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안동선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