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머스트 해브 아이템
나는 ‘카디건 컬렉터’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컬러, 길이,
브랜드의 카디건을 소장하고 있다. 패션 학도 시절, 캐주얼한
데님에 화이트 탱크톱을 입고 카디건을 머플러처럼 걸치거나,
커다란 캔버스 백 안에 캐시미어 카디건과 생수병을 넣고 다니는
잡지 속 해외 셀러브리티의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근사해
보이던지! 록 음악에 푹 빠졌던 록 키즈 시절엔, 밴드 너바나의
뮤지션 커트 코베인의 카디건 스타일링이 가장 스타일리시해
보이기도 했다. 목 주위가 늘어진 티셔츠에 낡은 데님 팬츠를 입고
화려한 패턴의 앙고라 카디건을 걸친 그의 패션은 강산이 몇 번
흐른 지금 봐도 여전히 쿨하다. 그의 아이코닉한 분위기에 카디건
패션이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카디건은 그저 귀엽고
부드러운 옷’이라는 편견을 깨주었다. 그때부터 카디건을 향한 나의
집착(?)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디건과 날씨
카디건의 유용함은 비단 스타일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날씨가 변덕스러운 영국에 살면서 나는 더욱 이 옷을 사랑하게
되었다. 카디건이야말로 사계절 내내 쓰임이 좋은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 아닐까? 아마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입는 패션 아이템도
두툼한 울 스웨터와 카디건일 것이다. 포근한 캐시미어 카디건은
레이어드 룩부터 머플러 역할까지 소화해내고, 울 카디건은
초봄이나 초가을 시즌, 가벼운 코트나 재킷처럼 입을 수 있다. 얇은
면이나 합성 소재의 카디건 또한 옷 입기가 애매한 환절기나 에어컨
바람이 심해지는 한여름, 늘 가방 속에 챙겨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