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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DLES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표현한 해체주의적 푸들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View of Susumu Kamijo’s solo exhibition <Alone with Everybody> at Perrotin Seoul, 2022
Photo: Youngha J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삼청동 페로탕 갤러리에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일본 태생의 작가 스스무 카미조를 만났다.
5년 넘게 푸들을 그리고 있는 카미조는 이제 이 시리즈는 푸들과 거의 무관한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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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Susumu Kamijo’s solo exhibition <Alone with Everybody> at Perrotin Seoul, 2022
Photo: Youngha J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1. 원래는 사람이나 풍경 등 다양한 대상을 추상화한 그림을 그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2016년경부터는 계속 푸들이다.
“사실 우연한 계기로 푸들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애견미용사인 파트너가 일하는 걸
돕던 중 푹신하고 풍성한 털을 가진 푸들의 형상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그림에 나타나는 푸들은 개라는 존재로서의
푸들과는 무관해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푸들의 형상이 더 이상
푸들로만 인식되지 않고 더 다채로운 의미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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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Susumu Kamijo’s solo exhibition <Alone with Everybody> at Perrotin Seoul, 2022
Photo: Youngha J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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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Vacation, 2017 Oil crayon and pastel pencil on Lenox cotton rag paper
127 x 96.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rper’s gallery
Solace,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 x 132 cm l 63 x 52 in.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2.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기본 정보가 없으면 푸들이라고 인지하기가
어렵다. 해체된 푸들 형상이 조지 콘도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고 아프리카 부족 가면
같기도 하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전시에 온 관객들이 푸들로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좋다. 처음에는 종이에 파스텔 펜슬로 그린 작은 그림으로 시작했다. 그때는 푸들의 온몸을
빠짐없이 예쁘게 그렸다. 그런데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점 몸 구조가 해체되고 온전한 형상을
그리기보다는 본질적인 요소를 담게 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페인팅 작업으로
변환하면서부터는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그림 속의 해체된,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모든 형상이
하나의 전체로 다가가면 좋겠다.”
Q3. 시선을 잡아 끄는 눈으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푸들 형상 뒤로는 원근법이 제거된
자연 풍경이 제시되는데 모든 그림에 달인지 해인지 헷갈리는 무언가가 하늘에 떠
있다.
“태양과 달 사이의 무언가인데, 나만의 표식이다. 작품을 완성했다는 생각이 들면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이 이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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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tle Mind,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 x 132 cm l 63 x 52 in.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The Magic Lives,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60.9 x 50.8 cm l 24 x 20 in.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Q4. 종이에 그렸던 이전 작업도 그렇고 이번 캔버스 작업도 그렇고 모든 푸들은
목가적이고 평온한 자연 속에 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은 내 작품에서 자유를 상징한다. 그래서 그동안 내 작품의
주제들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지 않았다. 집에서 요크셔테리어와 미니 푸들을 키우고 있는데
뉴욕에서는 함께 산책에 나서려면 꼭 목줄을 해야 한다. 그게 미안해서 한적한 공원에 가면
풀어주고 신나게 뛰어놀도록 하는데 그런 모습을 기억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그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큰 도전을 한 것이 실내에 있는 푸들을 그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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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어떤 작품에서는 물감이 줄줄 흘러내리는 부분도 보인다.
빨리 마르는 속건성 비닐페인트라는 물감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재빨리 그리는 게 중요한가?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한결같이 오일 페인팅이 싫었는데 그 이유가 늦게 말라서다.
내 회화 작업의 과정은 먼저 연필로 종이에 간략한 스케치를 한 후에 투명 젯소로
처리한 캔버스에 바로 그린다. 컬러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되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작품을 마치기까지는 대략 2~3일이 걸린다.”
Q6.10대 중반에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일본에서 배웠던 서예, 프랜시스
베이컨의 절규하는 교황, 필립 거스턴의 담배 피우는 인물들, 빌럼 데 쿠닝의
해체된 누드 같은 것들을 중요한 영향으로 꼽았다.
“작업을 할수록 어린 시절에 배웠던 서예가 본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언급한 작가들을 비롯해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고유한 방식에 영향을 받았다.”
Q7.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타이틀 <Alone with Everybody>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이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고 느낀다. 그들 마음
한구석에는 끊임없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싶은 바람이
자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와 같은 제목을 정하게 됐다.”
Call Me Again,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 x 132 cm l 63 x 52 in.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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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mu Kamijo
Photographer: Ian Couch
“# 스스무 카미조의 개인전 <Alone with Everybody>는
5월 26일까지 페로탕 서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