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자마의 모험
수면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옷, 파자마에 관하여.
글/ 오선희 (독립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발행인)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2년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속옷, 침구, 파자마 같은 내밀한 제품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런웨이에선 파자마 룩을 비롯해 속옷과 겉옷의 경계가 사라진 패션이 등장했다.
특히 파자마는 이제 ‘잠잘 때 입는 옷’을 뛰어넘어 스타일리시한 라운지 웨어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 역시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파자마를 사들였다. 이미 코튼, 리넨, 실크,
울, 에어리즘 등 다양한 소재의 파자마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자마는 언제나
나에게 ‘More and More!’ 를 외치게 만드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잠옷을 선택할 때 역시 취향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언제나 살짝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나는 섹시한 슬립이나 귀여운 원피스 스타일 잠옷보다는 늘
헐렁한 남성용 파자마를 좋아하니 말이다. 특히 파자마 셔츠 특유의 칼라 형태와
네크라인의 파임은 모든 패션 아이템을 통틀어 가장 멋스럽고 센슈얼하다고 생각한다.
Silk Road
나의 파자마 쇼핑은 20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고,
전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소비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내 취향’ 이란
것이 분명해지던 시절. 나는 첫 월급으로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무언가를 꼭 사고
싶었다. 그때 처음 구입한 것이 캐시미어 양말과 실크 파자마였다. 잠옷과 셔츠를
섞은 것 같은 로열 블루 컬러의 실크 파자마는 마치 칵테일드레스 같은 감각과
감촉을 지니고 있었다. 파자마에서 감히(?) 어떤 글래머(Glamour)가 느껴졌다. 마치
“나를 침실 말고 다른 곳으로 데려다줘!”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할까!
그래서였는지 그 파자마는 침실보다는 캐주얼한 파티장에 더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침실에서 입기엔 어쩐지 부담스러웠지만, 도시의 밤을 뜨겁게
달구는 파티장에선 근사했다.

나는 뉴요커처럼 부츠컷 진에 실크 파자마 셔츠를 입고, 긴 목걸이 몇 개를 레이어드
하곤 했다. 거기에 작은 이브닝 클러치 백을 하나 들어주면 캐주얼한 이브닝 파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웃핏이 되었다. 쇄골이 예쁘게 드러나고 목이 길어 보이던 실크
파자마 셔츠.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을 알 수 없지만, 그 파자마 셔츠 덕분에
나는 요즘 유행하는 ‘파자마 패션’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이미지
Smart
Lounge Wear
이렇듯 파자마는 소재에 따라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손이 자주
가는 소재는 코튼이나 리넨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파자마다. 그러나 ‘홈케이션,
스테이케이션’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파자마의 역할을 보다 다양하게 만들었다.
잠옷은 물론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운지 웨어의 역할까지 겸비하게 된 것.
또 관찰 예능 같은 TV 프로그램에 세련된 파자마를 입고 등장하는 셀럽들 때문인지
최근엔 젊은 층에게 파자마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엔 겨울에는 얇은 울로 만들어진 체크 파자마가, 여름엔 시원한 에어리즘
소재로 만들어진 쇼츠 파자마가 훌륭한 라운지 웨어가 되고 있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방문했을 때나 친구들과 간단한 홈 파티를 할 때도 매우 유용하다.
이미지
THE HISTORY OF
PAJAMA
파자마(Pajamas, Pyjamas)라는 단어는 원래 바지 종류를 가리키는
페르시아어 ‘페이저메’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페이저메는 이란과 인도 북부 지역 사람들이 입던 얇고 부드러우며
품이 넓게 만들어진 긴 바지로, 주로 실내에서 생활할 때 입었다.
그 후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제국주의 시대에 영국인들이 이
페이저메를 ‘파자마’로 부르며 잠옷으로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