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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유니폼, 레깅스
우리가 몰랐던 레깅스의
탄생과 역사
글/ 오선희 (독립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발행인)
THE HISTORY OF
LEGGINGS
‘레깅스’라는 단어는 1970년에 처음 등장했다. 다리를 뜻하는 ‘leg’와 덮는다는 의미의
‘coverings’가 합쳐져 오늘날 레깅스라 불리는 단어가 탄생한 것. 레깅스의 시초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바지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초기의 레깅스는 다리 안에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고, 원래는 주로 남자들이 착용하던 것이었다고 한다.

1958년 무렵, 라이크라 소재가 개발되면서 레깅스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라이크라로 만들어진 레깅스를 입고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등장한 후 최고의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에어로빅 열풍이 80년대까지 이어지며 레깅스의 인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

1989년 존 트라볼타가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퍼펙트>에는 컬러풀한 레깅스를 입고
에어로빅을 하는 신이 등장한다. 그처럼 번쩍거리는 레깅스를 입고 열정적으로 에어로빅을
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1980년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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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Ron Lach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레깅스는 운동복과 패션 아이템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진보적인 유럽의 패션 피플은 짧은 상의에 레깅스만 입은 채
하이힐을 신고 패션쇼장에 등장하기도 했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카다시안 자매들은 딱 달라붙는 상의에 레깅스를 매치해 건강한 몸매를 과시했다.
한국에서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티셔츠에 레깅스만 입은 채 춤 연습을 하는 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쿨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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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ABOUT LEGGINGS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했듯이,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옷부터 점검한다. 운동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할 때마다 동시에 그에 어울리는 운동복부터 구입하곤 한다. 퍼스널 트레이닝에 푹 빠졌을 때는 최대한 짧고 스포티한 쇼츠나 탱크톱을 입었고, 필라테스와 요가를 시작했을 땐 수많은 국내/외 요가복 브랜드를 섭렵했다. 더구나 운동복에도 나름의 TPO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헐렁한 트레이닝팬츠나 러닝복을 입고 요가 같은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 주말마다 러닝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나는 본격적으로 러닝에 어울리는 운동복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잿밥에만 맘이 있다’라는 말은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직 러닝화 끈조차 제대로 묶어본 적이 없음에도, 이미 다양한 브랜드의 러닝 아이템이 속속 배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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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찬란한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엔
정말 바람을 가르며 어디든 뛰고 싶어진다.
집 근처 공원이나 강변은 나 같은 초보 러너에게 최고의 코스. 최근엔 ‘러닝복=스포티한 쇼츠’ 라는 공식을 깨고, 레깅스에 짧은 탱크톱을 입은 과감한 모습이 더 눈에 띈다. 그동안 레깅스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에 더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라는 (혼자만의)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몸에 잘 맞는 레깅스를 입고 뛰는 러너들을 보니, 민망함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멋져 보였다. 레깅스는 소재와 디자인의 특성상 몸에 힘과 긴장을 주게 된다. 그래서인지 레깅스를 입고 뛰는 동안 나는 구부정한 몸을 펴고 좀 더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특히 배에 힘을 줘야 했다!) 밴드 처리된 편안한 쇼츠를 입고 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심지어 자외선까지 차단되는 신소재의 레깅스였기 때문에 온몸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도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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