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그랜드 투어를 떠나자!
팬데믹으로 연기되었던 미술계 주요 행사들이 지금 이 순간 유럽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18세기 유럽에서는 어린 귀족 자제들이 외국어와 외교술, 세련된 애티튜드와 좋은 취향을 익히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여행했고 이를 ‘그랜드 투어’라 불렀다. 오늘날의 박물관 단체 관광이나 와이너리 투어,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가 다 몇 세기 전의 교육 여행에서 비롯된 것. 미술계에서는 이 그랜드 투어에 빗대어 유럽 여러 도시에서 2년 혹은 5년마다 열리는 중요한 아트 이벤트가 겹치는 때를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로 불러왔다. 2017년에는 5년에 한 번 독일에서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년에 한 번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이 태양계 행성 직렬 현상처럼 줄줄이 개막해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을 유럽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팬데믹으로 연기되었던 행사들이 의도치 않게 겹치면서 또 한 번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를 맞이했다. 이 뜻밖의 이벤트에 주인공 격인 행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