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모습, 그러니까 내 체형을 아는 이들이 이 글을 본다면, 거짓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운동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사실 아주 잘하는 운동은 없어도, 못하는 운동도 없었다. 어릴 땐 재빨랐다. 학급 계주 대표로 나가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고, 성인이 되었을 땐 취미로 유도를 배워 경기도 생활체육 유도대회에 출전해 1라운드에서 한판승을 거두기도 했다. 현재는 여유(?)를 찾는 것에 목적을 두고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다. 마치 사자가 사냥하기 전까지 빈둥거리며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응축된 에너지를 오롯이 사냥하는 데 쏟는 것처럼. 맞다. 핑계다. 난 사냥을 하지 않는다. 에너지는 내 몸에 그대로 축적되고, 결국 날이 갈수록 몸이 커지는 슬픈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운동이 시급하다. 카트 타고 18홀을 도는 골프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등산을 하고 가끔 농구를 하기로 결심했다. 직업병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옷과 신발이 필요했다. 동네 뒷산을 가며, 한국 산악 지형에 꼭 필요하다고 유튜버들이 설파하는 방수와 투습 기능이 우수한 고어텍스 소재와 비브람 메가그립이 적용된 등산화를 찾았다. 친구와 흙바닥 농구를 위해 농구화 쇼핑은 기본이라 생각했다. 물론 일반적인 농구화가 아닌, 리셀 거래가 이루어지는 희소한 농구화를 탐했다. 신발은 준비되었으니, 이제 옷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발과 달리 옷은 다목적으로 입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할 생각이다. 내가 현재 몰두하고자 하는 스포츠는 골프, 등산, 농구다. 당연히 스포츠마다 특유의 스타일을 책임질 결정적인 아이템은 공유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발견한 아이템은 유니클로의 드라이-EX 크루넥 티셔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