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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es
한여름의 버블
여름엔 샴페인, 카바, 스푸만테, 펫낫……아무튼 버블!
글/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버블의 마법이란 게 있다. 정수리가 탈 것 같은 한낮이든 장마가 한창인 축축 처지는 밤이든 여름 날씨가 불현듯 지겹게 느껴질 땐 버블, 즉 스파클링
와인이 필요하다. 조심스레 코르크를 뽑아내고 잔에 따를 때부터 공기 중에 퍼지는 금속성의 향기, 치익하는 시원한 사운드, 플루트 잔에 담긴
레몬 빛 음료에서 파워풀하게 솟아오르는 버블, 잃어버린 입맛을 즉각적으로 되찾아주는 날카로운 산도와 갓 구운 빵에서 나는 듯한 맛과 향.
스파클링 와인은 무더위와 장마에 늘어진 몸과 마음을 단숨에 팽팽하게 조여주는 강력한 부스터다.
“하늘의 별을 마시는 것 같다!”
병 안에 기포와 거품을 가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은 후 당분과 효모를 첨가해 만든다. 이들이 2차 발효를 일으켜 자연적으로 발생한 탄산가스가 코르크를 딸 때 분출되며 특유의 소리를 낸다. 샴페인은 가장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 북부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17세기 말, 프랑스 오빌리에 수도원의 술 저장고를 담당하던 수도사 돔 페리뇽은 깨진 와인 한 병을 발견했다. 거품과 함께 흘러넘친 액체를 호기심에 맛본 그는 탁월한 맛에 깜짝 놀라며 이후 수백 년 동안 회자될 한 마디를 남겼다. “하늘의 별을 마시는 것 같다!” 카사노바는 유혹의 필수 장비로 여겼고, 윈스턴 처칠은 1차 세계 대전 중에 ‘우리가 수호해야 할 것은 프랑스와 샴페인’이라고 했으며 코코 샤넬은 딱 두 경우에만 샴페인을 마신다고 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이토록 열렬한 사랑을 받는 만큼 샴페인은 비싸다. 그 때문에 샹파뉴가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만든 크레망, 이탈리아의 스푸만테와 프리잔테, 독일의 젝트, 스페인의 카바 등이 대체제로서 등장하는 각 나라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전문가의 스파클링 와인 추천 리스트
보히가스 까바
그랑 레세르바 엑스트라 브륏
Bohigas Cava Gran Reserva Extra Brut
여름이 되면 저는 항상 냉장고에 보히가스 까바를 여러 병 넣어둬요. 유독 일이 고된 날엔 집에 돌아가면서 배달 앱으로 떡볶이와 튀김을 시켜요. 샤워를 마친 후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켜고 극도로 차가워진 스파클링 와인을 따는 순간 그날의 열기와 긴장, 스트레스는 눈 녹듯 사라집니다. 보히가스 까바는 탑 티어 스파클링으로 불리는 만큼 가성비로는 대적할 와인이 없어요. 보틀숍이나 대형 마트 등에서 이 와인이 보이면 무조건 사둡니다. 2만 원대에 이 정도의 풍미를 내는 버블을 찾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 안동선
방썽 샤를로 ‘끌로 데 푸티’
Vincent Charlot “Clos Des Futies”
0.18ha의 작은 밭에서 나오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해마다 다르게 블렌딩하여 만든 샴페인이에요. 이국적인 향과 산뜻함이 특징으로 서늘한 산미가 더위를 날려주고 화사한 아로마가 낭만적인 여름밤을 선사하는 짜릿한 샴페인이죠. 직업상 다종다양한 샴페인을 마실 일이 많은데 방썽 샤를로는 제 마음속에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특별한 샴페인이라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 장보리(소믈리에)
포스 피스트 ‘피쉬 소스’
Fausse Piste “Fish Sauce”
펫낫 Pet-Nat은 불어로 ‘자연스러운 거품’을 뜻해요. 와인의 발효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병입하면 병 속에서 발효가 마무리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게 자연스러운 기포를 생성하죠. 맥주처럼 가벼운 알코올에 화이트, 오렌지, 로제, 레드까지 모든 품종으로 만들 수 있어 내추럴 와인 매니아가 아니어도 여름이면 펫낫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미국 포틀랜드의 어반 와이너리 중 한 곳인 포스 피스트에서 만든 펫낫 ‘피쉬 소스’는 화사한 흰 꽃 향으로 시작해서 서양배 뉘앙스의 과실미, 조밀한 기포로 어느 때고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목 넘김을 선사해요. 피쉬 소스라는 이름처럼 특히 해산물과 기막힌 궁합을 이룬답니다.

- 강미(와인 수입사 p.o.t 대표)
로랑 페리에 라 뀌베 브뤼
Laurent-Perrier La Cuvee Brut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 청사과와 라임처럼 상큼한 향, 적당한 여운까지! 로랑 페리에 라 뀌베 브뤼는 가장 완전한 데일리 와인이라 단언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 코르크를 뽑아내고 잔에 따르는 사운드만으로도 심신이 칠링 되는 기분이 들어요. 육회, 양장피, 스시 등 지금 당장 떠오르는 웬만한 요리와 곁들여도 두루 잘 어울리는 미덕도 갖췄어요.

- 김아름(컨텐츠 디렉터)
J 빈야드 스파클링 뀌베
J Vineyards Cuvee 20 NV
J 빈야드 와이너리는 지구과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주디 조단이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 밸리에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이 지역은 서늘하고 안개가 자주 끼어 훌륭한 피노 누아가 자라는 걸로 유명하죠. 주디 조단은 지질학을 공부한 이답게 시원한 해안가부터 햇살 밝은 언덕까지 다채로운 러시안 리버밸리의 떼루아를 탁월하게 선택하여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은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 기법으로 부르고뉴 스타일을 되살리는데 청사과, 감귤류의 프레시한 산도를 지니면서도 아몬드의 고소함을 전해줘요. 미네랄리티도 그만이라 샐러드부터 생선구이까지 그 어떤 요리와도 기막히게 잘 어울려요.

- 하수민(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페르테 & 와인바 페페쥬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