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Wick , 2018, Photo by Fort George G. Meade Public Affairs Office, via flickr, CC BY
얼마 전, 칸영화제가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고레에다 감독이 눈물을 닦는 영상이 공개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극장 안이 매우 더웠고, 더구나 턱시도를 입고 있어 계속 땀이 흐르던 상황이었기에 눈물이 아닌 땀이었다고, 다르게 알려진 사실을 정정했다.
2010년,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 카펫을 걸어 들어가 그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하비에르 바르뎀의 <비우티플(Biutiful)>을 관람했다. 올해의 고레에다 감독처럼 나도 턱시도를 입었고, 극장 안은 더웠다. 연신 흐르는 땀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세계적인 감독이 연출하고 연기력 출중한 배우가 출연한 훌륭한 영화임에도 흐르는 땀 때문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무척 더웠음에도 극장 안 그 누구도 턱시도 재킷을 벗어 던지지 않았다. 그렇게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더위와 함께 녹록지 않게 흘려보냈다.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칸에서의 추억은 환상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뤼미에르 극장이 덥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더라면, 턱시도 소재에 신경 썼을 것이고, 칸영화제라는 특별한 이벤트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을 테다. 그때부터 서머 비즈니스 룩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업무를 위해 차려입은 옷이 불편하다면,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게 상책일 테니까.
정장을 멋지게 입은 남자들이 등장하는 상징적인 영화들이 있다. 의외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존 윅: 리로드>의 한 장면이 내 기억 속에는 인상적으로 남았다. 존 윅이 로마에서 정장을 맞추는 모습은 교본과도 같다. 하지만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데이&나이트 쓰임으로 한 벌씩 맞춘 슈트가 완벽한 방탄 정장이었다는 것. 놀라운 슈트구나! 하는 감탄보단, 지구력이 떨어지고 땀이 많은 난, 영화 속 슈트가 얼마나 무거울지,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덥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Cannes Film Festival, 2018, Photo by Shibli Anwer,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