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코사무이 현지에서 구입한, 청푸른 바다와 닮은 컬러의 리넨 소재 풀오버와 강렬한 패턴의 버뮤다팬츠를 당당하게 입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사무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지나치게 과감하고 화려했다. 거기에 초커와 비슷한 느낌의 에스닉 목걸이를 짧고 두꺼운 목에 걸고 종횡무진했으니, 볼 만했을 거다. 변명 좀 하겠다. 그 여행이 내 최초의 동남아 여행이었다. 그 후 휴양지 룩에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나름 일취월장한 변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다른 이유로 반성의 시간이 찾아왔다.
여행과 같은 출장을 카프리로 떠난 적이 있었다. 옷은 부족하지 않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몸이었다. 출장 전, 태닝이 필수라는 여행 경험 많은 지인의 조언을 무시한 대가는 참혹했다. 수많은 사람이 해변에 있었지만, 카메라로 담은 사진엔 나만 도드라져 보였다. 큼지막한 몸 때문이기도 했지만, 찹쌀떡, 마시멜로와 동기화되는 내 몸이 구릿빛으로 태닝한 휴양객 사이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기 때문. 괜스레 부끄러워 마냥 흥겨울 수만은 없었던 기억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