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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의 휴가,
여름 휴가를 위한 패션
매년 돌아오는 여름이지만,
‘여름휴가’라는 단어는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휴가 중의 휴가, 여름휴가를 위한 패션.
글/ 오선희 (독립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발행인)
올 여름휴가는 나의 일생에서 가장 긴 휴가였다. 스페인 빌바오부터 남프랑스까지 이어지는 ‘바스크(Basque) 지방’ 투어로,
무려 2주 가까이 되는 기간이었다. 게다가 모처럼 휴양지로 떠나는 휴가라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관광할 때 입는 캐주얼한 옷, 수영복과 선드레스 같은 비치 룩, 디너나 초대받은 식사 자리에서 입어야 할 캐주얼한 이브닝 룩,
바스크 지방의 변덕스러운 초여름 날씨에 대비한 우비나 자외선 차단 소재의 카디건, 휴대하기 편한 포터블 아우터 등등...
짐을 쌀 때 머릿속에 구상한 스타일링대로 패킹을 하는 것도 좋지만, 수첩에 그날 그날의 스타일링을 메모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패션 학도 시절 익혔던 스케치 실력(?)을 십분 발휘해 매일 입을 옷을 그려두었다.
이렇게 노트나 스케치를 해두면 불필요한 짐과 쇼핑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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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장 드 루즈 (Saint Jean du Luz)
Saint Jean de Luz
바스크 지방에서의 휴가는 평소 도시여행을 선호했던 나에겐 모든 면에서 생소했다. 도시의 핫한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 델리, 갤러리, 바 등을 탐방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남프랑스의 생장드뤼즈(Saint-Jean-de-Luz)에는 핫한 레스토랑 대신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소박하고 오래된 비스트로가, 근사한 현대미술이 걸려 있는 갤러리 대신 지역 예술가들이 빚은 조각작품이나 도자기 같은 아름다운 소품들이 즐비했다.

휴가를 떠날 땐 그 지역의 문화나 스타일을 미리 알고 가면 더 근사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이번 휴가 일정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생장드뤼즈는 스페인과 프랑스 문화가 겹쳐 있는 묘한 매력을 지닌 지역으로, 좋은 퀄리티의 캔버스 백과 에스파드리유 신발이 유명한 곳이었다.

물론 여행 시에는 무조건 편한 스타일과 신발을 신는 것이 최고지만, 그렇다고 매번 데님 팬츠에 스니커즈만 신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트렌디한 크롭트 톱에 심플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생장드뤼즈 특산품인 에스파드리유 샌들과 캔버스 백을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시도해보았다. 휴가나 출장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유니클로의 레이온 셔츠와 데님 팬츠 역시 에스파드리유 샌들과 멋지게 어울렸다. 마치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 속 여주인공들 스타일처럼 말이다! 트렌디한 아이템과 특산품을 믹스 매치해 ‘무심한 듯 시크한’ 프렌치 스타일을 완성한 것 같아 내심 만족스러웠다.
휴가 그리고,
자외선 차단 소재의 옷
이 아름다운 바스크 지방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난 후, 내가 가야 할 곳은 오직 태양이 작열하는 바다와 비치뿐이었다. 남프랑스 사람들처럼 수영이나 서핑을 하며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다가 모래사장에 누워 여유롭게 책을 보며 태닝을 하고, 석양 무렵엔 신선한 해산물과 그 지방에서 나는 와인으로 식사를 하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첫날엔 ‘아, 뭔가 더 보고 더 돌아다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이틀 만에 이 한가롭고 평화로운 휴가 패턴에 기분 좋게 항복했다. 이런 휴가 패턴은 나의 휴가 패션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초등학생 이후 처음 입어보는 수영복, 비치 근처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걸쳤던 자외선 차단 기능의 티 드레스(선드레스처럼 입기 좋았다!)와 쇼츠, 커다란 챙 모자… 내 수트케이스는 팬츠나 스니커즈 대신 이런 아이템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하루 종일 비치에서 태닝을 할 땐 SPF50 이상의 선블록 크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소재의 옷들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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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rritz
휴양지에서 즐기는 디너나 파티 역시 여름휴가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마지막 여행지였던 비아리츠는 유럽의 고급 휴양지로 유명한 곳으로 9세기 중반 프랑스 마지막 황제인 나폴레옹 3세가 다녀간 뒤로 유럽의 왕족과 귀족, 사교계 명사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비아리츠에 자주 머물며 집필했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나는 비아리츠보다 매력적이고 멋진 곳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

그래서일까? 비아리츠는 유난히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한 분위기였다. ‘남프랑스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곳이라 조금 화려하게 입을 필요가 있었다. 고급 스파나 카지노가 즐비했고, 길가에선 패션 피플을 마주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비아리츠에서는 나도 서머 드레스와 볼드한 주얼리로 한껏 드레스업한 후 그 지역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특히 블랙 슬리브리스 실크 드레스는 휴양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요즘 트렌드인 진주나 볼드한 골드 액세서리에 화려한 미니 백을 매치하면 완벽한 이브닝 룩이 된다. 그뿐인가. 스니커즈나 캐주얼한 슬리퍼를 매치하면 쿨한 데이 타임 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휴양지에서는 이처럼 액세서리나 소품의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