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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가 말하는
나의 페이버릿 컬렉션
아티스트, 큐레이터 등과 함께 미술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존재인 아트 컬렉터,
그 대표주자인 이소영 작가가 최근 소장하게 된 페이버릿 컬렉션 5점에 대해 소개한다.
글/ 안동선 (아트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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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artsoyounh)
Lee So young
대학에서 미술 교육,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 교육인, 아트 컬렉터,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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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dy Without-
윤지영, <없는 몸(The Body Without-)>, 2021,
Edition 1 of 2 and AP 1, silicone, polyester transparent thread,
flexible urethane flex foam(X15) approx., 32x22x9cm,
Photo courtesy of ONE AND J.Gallery
작품에 반하는 순간
“지난해 말 원앤제이 갤러리(@oneandjgallery)에서 열린 윤지영 작가의 개인전 <<Yellow Blues_>>를 보러 갔을 때 전시장 한 가운데 풍선같이 생긴 두상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사뭇 당황스러웠어요. 발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스르르 굴러가 버릴 것 같은, 세상일에 치여 힘 빠진 내 모습 같았거든요. 일으켜 세워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힘내!”라고 파이팅을 불어넣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 그대로 좀 더 누워 있으렴...’. 하고 기다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 컬렉팅을 결정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저는 이 작품을 100%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든 미술 작품을 다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럴 때만 소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손의 형상인 것도 같은 돌덩어리가 탑처럼 포개져 있습니다. 열망에 열망이 더해졌으니 언젠가는 희망이 와야 할 텐데 주변이 너무 암흑이라 예상을 못하네요. 손으로 쌓아 올린 돌탑 위에 중세시대 천사 위에나 그릴 법한 후광 같은 이미지가 링처럼 부유하고 있고요. 열망이 탑이 되어 세워진 이 존재는 얼마나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요? 이 그림과 함께 아슬아슬한 상황을 극복해보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거실에 걸어 두고 요즘 가장 많이 보는 작품입니다.”
그림의 숭고한 파이팅
배꼽을 메운_1
이동혁, <배꼽을 메운_1>, 2021,
Oil on canvas, 72.7x53cm, Photo courtesy of A-Loung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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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의 미니멀리즘
Double
리디아 오쿠무라(Lydia Okumura), <Double>, 1984, First realized
at the Museu de Arte Moderna, Sao Paulo, Stainless steel rod,
152.4X101.6X7.6cm, Ed. 1 of 4 + AP II
“우리 집 천장에 미니멀한 공간의 선을 그어 2차원과 3차원의 간극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럭위해 모두가 ‘벽 드로잉’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미니멀리즘 미술가 솔 르윗을 찾을 때 저는 리디아 오쿠무라의 작품을 소장했죠. 미술사의 이름난 블루칩 작가를 소장하기에는 경력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영 컬렉터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미니멀리즘 아트를 좋아하고 세상의 인정 없이도 오랜 세월 멋진 예술 세계를 일궈온 할머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저에게 일본계 브라질 작가 오쿠무라의 작품은 함께 살아가고 싶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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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평생 뉴욕에서 살고 작업한 로즈메리 카스토로는 뉴욕에서 미니멀리즘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있었던 작가입니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칼 안드레의 첫째 부인이기도 했죠. 하지만 카스토로는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막시무스트(Maximust)”라고 장난스럽게 도발하며 자신을 규정하려는 틀에 반기를 들었어요. 카스토로는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서야 추상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을 다양하게 섭렵한 예술세계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미니멀리즘에만 가두기에는 굉장히 다채롭고 방대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카스토로의 작품에는 생식이자 성장의 상징인 털이 종종 모티브로 등장하는데 우리 집 벽에 걸려있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살아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품이 살아있다고 느낄 때
Road’s Underconsciousness
“You might say I’m producing heirs”
로즈메리 카스토로(Rosemarie Castoro),
<Road’s Underconsciousness(“You might say I’m producing heirs”)>, 1976,
Plaster and steel, 57x13x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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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선사하는 에너지
Below
팸 에블린(Pam EVELYN), <Below>, 2021,
Oil on canvas, 250X200cm, Courtesy Peres Projects
“팸 에블린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녀가 밤에 작업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마치 캔버스가 들판이 된 것처럼 자유롭고 파워풀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이 마고 할미 같았죠. 가끔 거대한 캔버스에 추상표현주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보면 설화 속에 나오는 거인들이 아닐까 하는 몽상을 하곤 해요.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는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라 에너지와 기운이 어마어마합니다. 그 압도되는 느낌은 무척이나 짜릿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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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 이소영이 착장한
* 플레어 롱 스커트 Uniqlo U는 9/23(금) 출시 예정
사진/ 이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