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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이 돌아왔다.
무조건 입어봐야 한다. 꽤 오래전부터 재킷은
남자들을 위한 상징적인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글/ 성범수 (매거진 <인디드> 편집장)
지면을 밟을 때마다 충격이 뒤통수를 울리는 딱딱한 플레인토 구두를 신었다.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더운 날의 야외 결혼식이었기에 재킷을 입은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재킷을 입었던 난 온몸이 땀으로 축축이 젖었다. 재킷을 선택한 걸 후회했다. 몇 년 동안 재킷을 입어 예를 표하는 이들이 드물어졌다. 확실히 재킷을 입는 정중한 스타일은 꽤 오랫동안 트렌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특정 트렌드는 시기에 따라 요동치며 상승하다가도 순식간에 잠잠해진다. 그러다 다시 때가 오면, 이내 고개를 들고 세상을 장악한다. 남자에게 재킷이 필수불가결한 때가 있었다. 그 트렌드가 다시금 돌아올 것 같다.
트렌드의 변화
스트리트 캐주얼 룩의 유행이 식어가고 있다는 것, 어느 정도 눈치챘을 거다.
트렌드는 변화무쌍하지만, 극단적일 순 없다. 순차적으로 이동의 단계를 밟아 변화를 완성한다. 자유분방한 스타일에서 정돈된 포멀한 스타일로 움직이기 위해선 과도기 단계가 요구된다. 최근 프레피 룩이 트렌드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이유겠다. 프레피 스타일은 그 자체로 또렷하지만, 징검다리와도 같다. 캐주얼에서 재킷을 입는 슈트 트렌드로 넘어가는 길에 꼭 건너야 하는 외나무다리처럼 말이다.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다리를 건너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맘에 드는 재킷 하나는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 판단이자 기준이지만, 어느 정도 트렌드에 민감한 내가 요즘 티셔츠가 아닌 셔츠가 입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재킷은 주로 맞춰 입곤 했다. 기성복은 내 체형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디테일을 적용하기 위해선 맞춤만이 유일했다. 더구나 남성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슈트 전문가들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꽤 많이 쌓였고, 아는 척하려면 그에 합당한 재킷을 입어줘야 했다. 몇 달 걸려 완성되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슈트를 애타게 기다려 받기도 했고, 실크 소재를 울처럼 만들어 완성한, 은은한 광택이 고급스러운 재킷을 가져보기도 했다. 모두 맞춤이었다. 고백하자면 지금은 하나도 몸에 맞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셔츠와 함께 어우러지는 재킷을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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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핏의 중요성
어떤 재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재킷의 경우 어깨가 맞지 않으면 구입해선 안 된다. 어깨는 수선을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90퍼센트 할인, 싸다고 무조건 사야 한다고, 어깨가 컸던 명품 브랜드의 재킷을 구입한 후, 한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결국 헌옷 수거함에 넣은 기억이 있다. 어깨가 맞지 않아 꽤 큰돈을 주고 유명한 수선집에 맡겼지만, 줄이기 전 어깨 모양과 너무도 다르게 완성됐다. 내가 원하던 옷이 아니었고, 입을 수도 중고 거래로 되팔 수도 없었다. 그 후, 재킷을 살 땐 어깨부터 살핀다. 유니클로의 컴포트 재킷을 입어봤다. 어깨가 잘 맞았다. 그리고 활용도에 대해서도 신경 썼다.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에도 모두 어울리는 재킷이라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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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재킷
유니클로 재킷의 어깨와 소매 연결 부분엔 얇은 심지가 숨어 있다. 이것이
바로 부드러운 어깨 라인을 연출하는 비결이다. 유니클로 장인들이 재킷 한 벌 한 벌 조심스럽게 다림질해 각진 부분을 없애는 작업을 거친다. 그래서 저지 소재지만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컴포트 재킷은 저지 소재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 시즌에 맞는 새로운 울라이크 재킷도 있다. 알다시피 울라이크는 울과 소재감이 비슷한 원단으로, 울은 블렌딩되지 않았지만, 외관상으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울 소재처럼 보인다. 트위드 재킷과 유사한 느낌으로 완성된 유니클로 울라이크 재킷은 두께감이 필요한 부분에는 안감을 더했고, 셔츠나 니트 위에 쉽게 걸칠 수 있도록 매끄럽게 디자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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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사회에 뛰어든 이들은 가끔 점퍼가 아닌 재킷을 입어봐야 한다. 재킷을
입었을 때, 그 안에 함께 입을 옷과 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재킷과 어울리는 태도까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해는 마라. 내 사견일 뿐이다. 재킷을 입을 줄 알게 되면서부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다. 너무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한 아저씨 같은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남성 복식사에서 재킷은 그런 위용을 지닌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에디터가 추천하는 컴포트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