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변화
스트리트 캐주얼 룩의 유행이 식어가고 있다는 것, 어느 정도 눈치챘을 거다.
트렌드는 변화무쌍하지만, 극단적일 순 없다. 순차적으로 이동의 단계를 밟아 변화를 완성한다. 자유분방한 스타일에서 정돈된 포멀한 스타일로 움직이기 위해선 과도기 단계가 요구된다. 최근 프레피 룩이 트렌드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이유겠다. 프레피 스타일은 그 자체로 또렷하지만, 징검다리와도 같다. 캐주얼에서 재킷을 입는 슈트 트렌드로 넘어가는 길에 꼭 건너야 하는 외나무다리처럼 말이다.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다리를 건너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맘에 드는 재킷 하나는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 판단이자 기준이지만, 어느 정도 트렌드에 민감한 내가 요즘 티셔츠가 아닌 셔츠가 입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재킷은 주로 맞춰 입곤 했다. 기성복은 내 체형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디테일을 적용하기 위해선 맞춤만이 유일했다. 더구나 남성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슈트 전문가들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꽤 많이 쌓였고, 아는 척하려면 그에 합당한 재킷을 입어줘야 했다. 몇 달 걸려 완성되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슈트를 애타게 기다려 받기도 했고, 실크 소재를 울처럼 만들어 완성한, 은은한 광택이 고급스러운 재킷을 가져보기도 했다. 모두 맞춤이었다. 고백하자면 지금은 하나도 몸에 맞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셔츠와 함께 어우러지는 재킷을 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