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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일부터 22일까지 TINC(@this_is_not_a_church)에서 열린 김주리 개인전 <<0개의 기둥>> 에서
큐레이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
독립 큐레이터 추성아의 이야기
글/ 안동선 (아트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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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아
Sungah Serena C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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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큐레이터가 되는 과정
현재 특정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어떤 과정을 거쳐 독립 큐레이터가 되셨나요?
학생 때 미술 실기와 미술사를 전공하면서 가장 애정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한지 벌써 7년이 되었네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전시 기획의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동시대 미술을 현장에서 배우기 위해 선택한 저의 첫 경력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코디네이터였어요. 당시에 2년간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다수의 전시를 쉬지 않고 어시스트 하면서 반복되는 사이클에 지치기도 했고, 직접 제 이름으로 전시를 꾸리고 싶은 목마름이 컸습니다. 그런 와중에 현재 국제갤러리에 소속돼 활동하는 회화 작가 이희준의 첫 개인전을 기획하며 독립 큐레이터로서 첫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사물들: 조각적 시도>> 전시로 공식 데뷔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독립 큐레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독립 큐레이터라 함은 언뜻 프리랜서로 인식하게
되는데 여기서 ‘독립’이 업무나 포지션에 있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설명해주신다면요.
‘독립’은 말 그대로 ‘Independent’라는 의미로, 미술계 내에 영리 혹은 비영리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매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고, 이와 동시에 일시적으로 기관 프로젝트에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여기서 현실적인 지점과 커리어 빌드업, 그리고 개인으로 활동했을 때보다 확장된 전시 규모 및 참여 작가와 협업하는 즐거움과 욕심이 이런 기회를 지속적으로 갖게 해주었어요.
프리랜서의 장단점
가장 최근에 기획한 전시
<<접히고-펼쳐진 Folded?Unfolded>>가
그런 경우일 것 같은데요, 어떤 전시인가요?
헝가리 국립중앙은행 컬렉션 중에 1960년대와 1970년대 활동했던 헝가리를 대표하는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전시에요. 특히 헝가리의 역사적, 지리적 맥락 속에서 서유럽과 러시아, 미국의 현대미술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헝가리 작가들만의 고유한 추상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엄선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당시 헝가리의 지역적, 정치적 배경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고 부다페스트 안에서 다양한 갈래의 추상 회화의 형식 탐구를 확인할 수 있어요.
10월 15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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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면
정말 쉼 없이 일하시던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어딘가 소속되어 출퇴근 시간과 휴일이 주어지는 것과 다르게,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일이 늘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고, 타이트하게 시간을 쓰게 되는 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결국 프리랜서의 삶은 높은 자유도가 주어진 만큼 고되고 감정 노동이 강한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밖에서 보기에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일 수 있을 수도 있으나, 독립 큐레이터는 0부터 10까지의 일들을 다루고 무엇보다 작가와 협업자들과의 유연한 소통, 그리고 동시대 예술의 감각과 담론 안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을 요합니다. 결국에는 감정 노동이 높고, 애정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든 직업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면에서 젊은 기획자의 포지션과 크레딧에 대한 태도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요즘의 분위기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부캐’로 미술구독서비스
BGA(백그라운드아트웍스 @bgaworks)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계시죠?
BGA는 시각예술 창작자의 작품을 보다 쉽고 깊게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미술구독 서비스예요. 2020년 1월에 구독 어플리케이션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고 운영하는 와중에 2021년 4월에 소격동의 한옥에 BGA 마루를 오픈해 오프라인 전시를 선보였어요. 여유롭고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면서 구매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얼마전 새로 이전한 공간에서 10월 중순부터 ‘BGA INDEX’를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에요.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 페어가 공동 개최되면서
그간 고조되었던 미술 수집 열기가 그야말로
대폭발했는데요, 아트 컬렉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저는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치지 않으면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고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작품을 구매하는 습관을 가져야 보는 눈이 생기고 취향도 좁혀지는 것 같아요. 영 컬렉터와 젊은 작가가 비슷한 호흡으로 같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인 젊은 작가와 신진 작가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죠. 결국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동세대의 감각 안에서 영 컬렉터가 젊은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BGA 플랫폼은 이 둘을 연결시키는 취지에서 보다 미술을 향유하는 방식과 구매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미술을 감상하고 수집하는 태도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인데 ‘미술은 쉽다’라는 메세지가 아닌, 어느 정도의 언어와 완성도를 디폴트로 두고 그 지점을 거부감없이 즐기기 시작할 수 있는 포털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 자연스레 젊은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원동력이 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테니까요.
정말 많은 전시를 만들고 계신데, 큐레이터에게도
작가만큼이나 영감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전시 기획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기획의 방향이 만들어지기 직전 가장 날 것으로부터의 영감은 사적인 상황과 감정에서 출발해요. 저는 전시는 조금이라도 관객이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올해 을지로에 있는 독립 공간 N/A에서 선보였던 전시 <<Ziggy Stardust>>는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에 투영한 페르소나에 영감을 받아, 동시대인들 각자가 연기하는 ‘부캐’와 자아 사이에 오작동하는 애증의 관계에서 출발했어요. 저를 포함한 작가 등 모든 창작자를 비롯하여, 우리가 모두 자기애 혹은 자기 불신의 관계 속에서 열망하는 것과 극복하고자 하는 콤플렉스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시간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결국에 자신과 마주하고 동시에 거리를 두는 셀프 선언적인 방식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때, 여러 장르의 매체를 통해 각자의 언어를 구사했던 듀킴, 류성실, 우한나, 이동훈, 정이지, 정희승 6명의 작가의 작품으로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여러 레이어의 감각들을 환기하는 전시였어요.
아트 컬렉팅과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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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열을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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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가장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전시를 만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건 작가와 함께 해당 전시의 기획에 부합하는 새로운 작품을 발전시키는 일인데요, 이때 참여 작가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작품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가장 즐겁고 짜릿해요. 아마도 큐레이터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큐레이터 뿐 아니라
아티스트 등 미술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왜 유독 검은 옷을 좋아하는 걸까요?
모든 예술 종사자에게 옷이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블랙을 사랑하는 이유는 검은색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절대성, 그리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성적이고 중립적인 면이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말레비치의 완벽한 검은 사각형과 로스코의 블랙 페인팅, 아니시 카푸어의 벤타 블랙처럼 예술에서 블랙은 완성된 혹은 미완성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미술 종사자들이 블랙을 즐겨 입는 건 자신이 진짜로 누구인지 드러내기 위함이거나 정반대로 자신을 숨기고 외부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반된 태도를 유연하게 오가기 위함일 수 있어요.
추성아 큐레이터의 추천 전시
<<Tagging>>
10월 6일, 8일 주부터 한달 정도 전시 공간 실린더와 Hall1 두 곳에서 윤향로 작가의 개인전 <<태깅>>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작업 초기부터 인연을 맺어온 작가와의 이번 협업은 그동안 작가가 보여줬던 작업 세계의 새로운 챕터를 소개하는 형식과 태도에 주목한 기획이에요. 구조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공간에서 장소에 걸맞는 윤향로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네 군데 흩어진 작업들을 여행하며 즐길 수 있는 부산비엔날레를 추천해요. ‘물결’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부산에 유입되고 밀려났던 사람과 역사를 기반으로 유동하는 땅과 미래를 조망하는 동시대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11월 6일까지.
<<오늘 본 것>>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정서영 작가의 개인전입니다. 정서영은 전통적 조각에 대처하고자 조각의 영역에 사물을 끌고 들어온 조각가로, 이번 전시는 90년대부터 신작까지 주요 작업을 총망라하여 선보이고 있어요. 11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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