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를 꿈꾸다가 디저트에 올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요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고 부산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배우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어요. 서울로 올라와 또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피자,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배웠고,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밤에는 카페에서 케이크를 만들며 분야를 넓혀 나갔어요. 그 당시만 해도 디저트에 특화된 셰프가 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죠.
한참을 빠져 일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 요리의 세계에서도 해외 경력을 쌓고 더 넓은 미식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서른이 되기 직전, 저도 호주와 뉴질랜드로 떠났어요.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유럽의 미쉐린 스타 제도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평점 체계가 자리 잡고 있어요. 바로 햇(Hat)인데요, 미쉐린 3 스타가 가장 높은 수준의 레스토랑을 말하듯, 여기서도 3 햇 레스토랑이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손꼽혀요. 기왕 이렇게 해외에 나왔으니 가장 좋은 레스토랑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있던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3 햇 레스토랑이 세 곳 있었는데, 모두 지원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일해보고 싶었던 클루니에 이력서를 10번을 넣고, 페이스북으로 레스토랑 오너에게 연락하고, 끈질기게 셰프에게 찾아간 끝에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운명이란 정말 신기해요. 그 당시 클루니에 디저트 파트에만 공석이 있었는데, 덕분에 디저트의 분야에서 처음으로 전문적인 일을 배워볼 수 있었어요. 페이스트리 섹션을 원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그때 사랑에 빠진 거예요. 뜨거운 불에 굽고 볶는 더운 환경도 아니고,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시원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웃음) 정말 제 성향에 잘 맞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