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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코트
코트를 입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남자들이라면 절대 거부할 수 없다.
글/ 성범수 (매거진 <인디드> 편집장)
긴 코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설득력 없게도 내 옷장에 길게 걸려 있는 코트들이 꽤 많이 보인다. 집착하지 않아도 코트는 상비약처럼 구비하게 된다. 남자들에게 코트는 기본 아이템이다.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고, 자주 찾게 된다. 코트는 재킷의 연장선에 있고, 피를 나눈 가족이다. 그래서 슈트 재킷 위에 겹쳐 입을 수도 있지만 재킷처럼 단독으로 이너 위에 입을 수도 있다(아아, 이너를 꼭 입어라. 절대 코트만 입어서는 안 된다). 묵직한 생김새에 비해 코트는 활용도가 높다. 개인적으론 코트를 선호하지 않지만, 곁에 두고 함께할 수밖에 없는 압도적 존재다.
코트, 그 탄생 배경에 대하여
오랜 세월 존재해왔던 코트들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것처럼 저마다 생김새와 탄생 배경이 다르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익히고, 금과옥조처럼 염두에 두고 옷을 입을 필요는 없지만, 그 스토리들이 꽤 재미있다. 배경을 알고 옷을 입으면 지금 내 스타일링에 확신이 생길 거다. 든든한 우군이 생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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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마칸 코트
발마칸 코트는 나이 불문하고 인기가 높다. 이 코트의 특징인 오버사이즈 및 래글런 소매는 요즘 트렌드와도 결을 같이한다. 안쪽에 두툼한 후디와 함께 입어도 불편하지 않은 코트의 생김새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발마칸 코트는 트렌치코트와 함께 레인코트를 대표하는 옷이다. 비 올 때 입는 오버코트는 비즈니스 차림이든 캐주얼 차림이든 모두 잘 어울려야 하고, 탄생 시점부터 범용성 있게 입어도 된다는 것을 공히 인정받은 코트인 것.

발마칸 코트는 지금의 트렌드와도 부합하고, 영역 구분 없이 편히 입을 수 있는 코트이기에 당연히 누릴 수밖에 없는 인기가 아닐까 싶다. 유니클로의 발마칸 코트는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를 충실히 담아냈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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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필드 코트
과거 체스터필드 코트와 페도라 조합은 남자들이 격식을 차리는 데 있어 기본 복장이었다. 사실 코트는 방한 목적을 넘어 격식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19세기 중엽 영국 체스터필드 백작의 이름을 딴 이 코트는 프록코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허리가 들어가지 않은 형태로 완성됐다. 싱글브레스트도 있고 더블브레스트도 있지만, 우린 싱글브레스트에 조금 더 익숙하다. 앞서 언급한 짧은 배경 설명만 읽어도 체스터필드 코트가 지극히 정장을 위한 옷임을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체스터필드 코트가 반드시 정중하게만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프록코트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변형을 통해 체스터필드 코트가 완성됐다는 이야기처럼, 오늘날 체스터필드 코트는 끊임없이 변형되고 있다.

이번 가을과 겨울, 유니클로의 울 캐시미어 체스터필드 코트는 움직임이 편하도록 어깨와 가슴둘레를 조정해 출시됐다. 무조건 격식 있는 스타일에만 국한해 체스터필드 코트를 활용할 필요는 없다, 자유롭게 체스터필드 코트를 즐기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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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플 코트
더플코트는 북유럽 어부들의 옷에서 유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이 착용했고, 전후 패션으로 유행했다. 두툼한 토글 단추를 단 건 추위 때문에 언 손으로도 쉽게 여닫을 수 있기 위함이었다. 교복 위에 즐겨 입었던 더플코트는 본래 학생들만을 위한 옷은 아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익숙하게 봐왔고, 세기말 패션이 유행인 지금, 다시금 더플코트는 이 겨울에 전성기를 맞이할 듯 보인다. 하이패션에서도 더플코트는 꽤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이었다.

더플코트는 캐주얼뿐 아니라 정장에 입어도 독특한 멋이 난다. 조금 더 과감해도 좋다. 유니클로의 더플코트는 남녀 불문 젠더리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재킷 위에 이 코트를 직접 입으면 좋겠다. 반할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코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발마칸 코트, 체스터필드 코트, 더플코트 등이 내 옷장에 있다. 살펴보니 조금 낡았다. 겨울철에 자주 입었던 흔적이 보인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자주 입었나 보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독 그 애만을 괴롭혔던, 누가 “쟤 좋아해?” 하고 물어보면, “아니 안 좋아하는데!!”라고 화들짝 놀라 답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