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년 경력 한우 마스터가 알려주는
맛있는 한우
윤원석 셰프 인터뷰
요리 인생 40년, 한우 외길을 걸어온 한우 마스터 윤원석 셰프.
한국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를 판매하기로 알려진 ‘벽제갈비’에서 30년 넘게 근속하며, 한우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풍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소고기의 단면만 보고도 어떤 방식으로 몇 개월간 사육된 소인지
맞힐 정도인 윤 셰프가, 유니클로 독자들에게 맛있는 한우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 이정윤 (F&B 콘텐츠 디렉터, 다이닝미디어 대표)
이미지
윤원석 셰프
Yoon Won seok
한우, 정확히 무엇인가요?
한우는 우리 토종 종자인 소를 말해요. 육우는 고기용 소 전체를 통칭하고요. 한우 중에서도 종류가 여럿 있는데요, 대부분이 누렁소, 즉 황우예요.
흑우나 칡소, 백우도 한우로 분류가 되기는 하지만 다 합쳐도 5%가 채 되지 않죠.
이미지
한우 중에서도 암소와 거세우가 있는데요, 조금 특징이 달라요. 많은 분이 한우 중에서도 암소를 선호하죠. 물론 갈비는 정말 암소가 최고예요. 그중에서도 새끼를 두 번 낳은 암소가 가장 육질과 육즙이 좋지요. 마치 아주 작은 참새고기처럼 특유의 고소한 맛이 훌륭하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갈비 외의 부위는 거세우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한우를 떠올리면 뛰어난 마블링과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대표적이잖아요? 거세우의 육즙 맛이 암소보다는 약간 싱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주 부드럽고 마블링이 좋아서 직관적으로 더 맛있게 느껴져요.
좋은 고기를 고르는 방법, 궁금해요.
맛있는 소고기를 고를 때 육색과 지방색, 고깃결 이렇게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해요. 먼저 육색은 글자 그대로 ‘고기의 색’인데요, 한우는 선명한 선홍색을 최고로 쳐요. 어떤 소든, 갓 도축한 것은 검붉은색에 가깝죠. 그러다가 공기 중의 산소와 닿으면 선홍빛이 살아납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소는 육색이 고르지 않고 검붉은 반점이 보이거나, 너무 희멀겋고 연한 분홍빛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소 품종이 한우처럼 선홍색이 도는 것은 아니에요. 해외에 나가서 마트에서 스테이크 고기를 보면 의외로 연한 붉은 빛도 있거든요. 품종에 따라서도 육색이 차이가 나기는 합니다. 어떤 먹이를 먹는지도 영향을 미치고요.
이미지
다음은 지방의 색인데요, 우유처럼 뽀얀 하얀빛이 좋아요. 이것도 한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해외처럼 초원에서 방목하며 풀을 많이 먹은 소는 지방의 색도 조금 노랗게 변하거든요. 소의 나이가 많이 들어도 점점 더 지방색이 노란빛이 돌고요. 아무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한우를 기준으로 하면, 곡물과 마른풀을 고루 먹으며 건강하게 자란 소는 하얀 유백색이 나요.

그리고 이 부분은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지방의 질감도 차이가 나요. 좋은 소는 지방이 찰떡처럼 쫀쫀한데, 품질이 나쁜 소는 지방도 마른 찰흙처럼 부서지거든요. 전문가들은 그런 미세한 차이를 보기도 해요.
마블링과 지방 많은 소가 좋은 소인가요?
지방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보다는, 풍미와 맛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좋은 지방은 음식 맛의 품격을 올려 줘요. 지방은 향을 잘 흡착해요. 좋은 올리브유에 송로버섯을 넣어 고급 트러플 오일을 만드는 것처럼요. 소고기도 마찬가지예요. 고기를 숙성하며 질긴 근육 결이 끊어지고 식감이 좋아질 때, 숙성된 특유의 육향도 지방에 스며들어요. 고기가 구워지며 풍부한 향이 지방을 통해 우리 입으로 전해지고요. 훨씬 풍부한 맛이 나는 게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에요.
소고기는 ‘숙성’하면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부위에 따라 얼마나 숙성해야 좋을까요?
신선한 것이 좋은 고기, 숙성된 것이 맛있는 고기예요. 좋고 맛있는 고기는 신선하며 숙성된 것이죠. 숙성은 부패와 달라요. 그래서 신선함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요.

한국 사람들이 구이와 전골로 정말 좋아하는 소 내장 부위는 무조건 신선한 것이 최고예요. 따로 숙성한다는 개념이 없죠. 내장과 붙어 있어 진한 풍미가 매력인 안창살, 토시살도 무조건 신선해야 해요. 공기와 접촉하며 맛과 품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수입 안창살을 먹을 때, 마늘이든 간장이든 양념하지 않고는 누린내가 나서 먹기 불편하거든요. 유통 과정상 가볍게 구이로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무리가 있어요. 그런데 정말 신선한 한우 안창살, 토시살을 정육점에서 구해 구워 먹으면 최고의 부위라고 할 수 있거든요. 고소함과 풍부한 소고기의 향이 일품이죠. 다른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도 충분해요.
이미지
그리고 숙성해서 좋은 고기는 대표적으로 등심이에요. 윗등심부터 채끝까지, 주로 구이로 활용되는 부위죠.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채끝 같은 경우는 대략 20일 정도, 진공 포장한 상태로 냉장 숙성을 하면 부드럽고 맛이 풍부해져요. (드라이 에이징은 별도의 이야기이니 따로 하지 않을게요.) 한편 안심은 조직감이 등심보다 연하고, 지방 분포의 특성상 20일 이상 숙성을 하면 맛이 싱거워지고 식감이 오히려 뻑뻑해지고요. 근육은 풀어지지만 수분을 잡고 있는 능력도 빠지며 건조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그리고 갈비는 숙성을 해도 안 해도 비슷하고요.
이미지
집에서도 숙성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흔히 소고기 숙성을 떠올리면 커다란 통 고기를 전문적으로 숙성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에서도 쉽게 숙성시키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요. 정육점에서 소포장으로 작게 잘린 고기를 살 때도, 진공 포장을 요청한 뒤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면 2주 정도 후에 잘 숙성되어 풍미가 더욱 좋아진 고기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패키지 포장으로는 공기 접촉면이 너무 많아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 꼭 진공 포장을 요청해야 해요.
등심, 안심 같은 선호 부위들 외에도
특별히 매력이 있는 부위를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업진살을 아시나요? 양지 허릿살이라고도 하는데요, 소의 배 부분에 있는 살이에요. 참치로 치면 대뱃살이라고나 할까요. 양지는 흔히 국거리로 쓰는 저렴한 부위인데, 여기 붙은 업진살은 소의 옆구리 뱃살에 위치해서 구워 먹기에 참 좋아요. 육즙도 풍부하고, 마블링도 좋고요.
이미지
그리고 소 뒷다리에서 나오는 아롱사태는 흔히 삶아서 편육으로 썰거나 탕을 끓이는 부위인데, 아롱사태도 구이를 드셔 보세요. 정말 고소하고 식감도 좋고 아주 맛있어요. 정육점 업자들도 아롱사태를 구이로 썰어 달라고 하면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한 번 꼭 드셔 볼 만해요.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운 뒤 소금을 콕 찍어 먹으면 등심보다 더 맛있죠.
윤원석 한우 마스터가 소개하는 주물럭 레시피
이미지
소고기 500g
간장 40g
설탕 20g
다진 대파 20g
다진 마늘 10g
참기름, 후추 취향대로
마블링이 적은 부위일수록 참기름을 꼭 넣으세요! 고소한 향이 소고기의 풍미와 훌륭하게 어우러지며, 과하게 구워져 질겨지는 것도 방지합니다. 굽기 직전, 가볍게 주물러 두고 센 불로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절반 정도 익힌다는 개념으로 빠르게 구워 주세요. 술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요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