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견고한 터틀넥 한 벌
겨울 시즌을 위한 최고의 이너웨어, 터틀넥의 계절이 돌아왔다!
글/ 오선희 (독립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발행인)
터틀넥 스웨터는 의외로 역사가 긴 옷이다. 복식사에 따르면, 1400년대에 이미 오늘날의 터틀넥과 같은 디자인의 옷이 존재했고, 산업혁명 즈음에는 널리 보급되어 수많은 유럽 노동자가 터틀넥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19~20세기에는 노동자 계급의 유니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고.(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20세기의 좌파 지식인들은 터틀넥을 즐겨 입었다.)
이미지
3 Icons of Turtleneck
나에게 터틀넥이 어울리는 스타일 아이콘을 꼽아보라면, 단연 오드리 헵번, 스티브 맥퀸 그리고 1950년대 청춘의 상징인 비트 제너레이션을 꼽겠다.
1950년대 많은 지식인들이 터틀넥을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화배우들도 터틀넥을 입기 시작했는데, 오드리 헵번, 제임스 딘, 스티브 맥퀸 같은 당대 할리우드 아이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터틀넥이란 단어를 들으면 짤막한 카프리 팬츠에 블랙 터틀넥을 입은 오드리헵번이나 두툼한 터틀넥 안에 얼굴을 반쯤 숨긴 제임스 딘의 흑백 사진이 ‘연관검색어’처럼 자동으로 연상된다.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티브 맥퀸은 또 어떤가? 그의 터틀넥 스타일링은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모던하다. 네이비 블루의 터틀넥 스웨터에 짙은 고동색 재킷을 입은 스타일링이나 터틀넥 스웨터만 입고 등장한 영화 <블리트(Bullitt)>의 포스터를 보면, 그가 얼마나 터틀넥을 멋지게 소화해내는지 알 수 있다.

50년대 청춘의 상징인 ‘비트 제너레이션’들 또한 터틀넥을 즐겨 입기로 유명했다. 그들은 몸에 딱 달라붙는 블랙 터틀넥 위에 셔츠를 입거나, 루스한 실루엣의 재킷을 걸치곤 했다. 지금 봐도 전혀 예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그 모던함이란!
이들 스타일 아이콘들의 모습은 나에게 있어 터틀넥 스웨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이미지
이미지
How to wear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면, 나는 길고 긴 겨울을 위해 김장을 하는 어머니들의 심정(?)으로 다양한 종류의 터틀넥 스웨터를 구비해놓는다. 스코틀랜드산의 두툼한 울 터틀넥, 유니클로의 부드럽고 포근한 캐시미어 터틀넥과 엑스트라 화인 메리노 립 터틀넥은 필수다. 특히 유니클로의 홀가먼트 캐시미어 터틀넥은 놀랍도록 부드러운 촉감과 착용감을 선사한다. 에브리데이 캐시미어가 주는 특유의 실용성과 편안함! 그 또한 유니클로의 캐시미어 터틀넥을 선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 중 블랙과 네이비 블루 컬러의 터틀넥은 다양한 아이템과 매치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이라 가장 즐겨 입는다.

터틀넥 스웨터는 젠더리스 무드로 입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이를테면 나는 블랙 터틀넥을 입을 땐 스티브 잡스의 베이식한 스타일링이나 스티브 맥퀸의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참고한다.
몸에 딱 맞는 스트레이트 데님에 블랙 터틀넥을 입고 난 후에는 그 위에 그 어떤 겨울 아우터를 걸쳐도 적절히 어울린다. 나는 어깨가 딱 맞는 헤링본 울 코트를 매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단순하면서도 클래식한 아웃핏에서 특별한 멋이 우러나오는 것 같다. 스티브 맥퀸처럼 네이비 컬러의 터틀넥에 카키나 브라운 계열의 반코트를 입는 것도 멋진 연출법이다.

이 룩은 슈즈의 선택도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처럼 스니커즈를 신어도 좋지만, 올겨울에는 로퍼나 투박한 라이딩 부츠를 매치해보자. 옷에 신경 쓰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멋이 느껴질 것이다. 겨울은 그런 멋에 집중해야 하는 계절이 아닌가!